최근 원ㆍ달러 환율 동향이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정상들의 입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시작된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기축통화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16일 환율 동향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이 확연히 나타난다. 이날 오전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러시아 재무장관이 "달러 외에 기축통화의 대안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전날 종가보다 6.0원 상승한 1,268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1,272원까지 올랐다가 하락 반전한 환율은 장 막판 낙폭을 키워 1,250원으로 마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기축통화 창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가 막대한 재정적자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고 그 지원지인 미국이 국제 경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달러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졌다.
올해만 해도 1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적자로 달러화 약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 자산을 조금씩 다른 자산으로 바꾸고 있다. 15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브릭스 4국의 4월 미 국채 보유고가 전달에 비해 일제히 감소했다. 중국은 44억달러, 러시아는 14억달러, 브라질은 6억달러가 줄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감소한 것은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2의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려 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표시 채권 발행이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4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며 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은 500억달러 규모의 IMF SDR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며, 러시아와 브라질도 각각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축통화는 ▦경제력과 시장 규모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인 환율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광범위한 거래 ▦국제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치력 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최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달러화의 위상이 떨어지더라도, 과거 파운드화처럼 기축통화의 지위를 상실하고 금명간 몰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BMO 캐피털마켓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요국들의 달러 채권매입 감소 현상은 브릭스가 국제사회에 '달러의 대안을 본격적으로 물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지만 아직은 달러 자산의 매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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