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2년 후 청약통장이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 집계에 따르면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이 지난달 6일 출시된 후 말일까지 모두 587만명이 가입했다. 시중은행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저축을 제외한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560만명으로 여기에 새 청약통장 600만명을 더하면 무려 1,160만명이 청약통장을 갖게 된 셈이 됐다.
새 청약통장에 가입하려면 청약저축이나 청약예금 등 기존 청약통장을 해지해야 하므로 중복 가능성 없이 온전히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청약통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결국 새 청약통장 가입자가 1순위가 되는 2년 후에는 청약 경쟁률이 크게 치솟고, 청약통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인기 지역의 경우 실수요자가 아닌 '한번 청약해 보자'는 식의 투기성 청약이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청약통장이 보급되기 전에도 민영주택 청약을 위한 청약예금은 이미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2년만 보유하면 1순위 자격을 갖출 수 있고 무주택 등의 조건이 없어 1순위 통장의 희소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공공주택 청약을 위한 청약저축은 가입 조건이 '무주택자'라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새 청약통장은 가입 시가 아닌 청약 시에 무주택 등의 요건을 만족하면 되므로 공공부문 청약 경쟁률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투자자문센터 박홍재 연구원은 "2년 뒤 1순위자가 많아지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인기지역 물량의 경우 경쟁률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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