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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연평해전 10주년…윤영하함 공개훈련 르포/ 부활한 윤영하… "NLL 이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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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연평해전 10주년…윤영하함 공개훈련 르포/ 부활한 윤영하… "NLL 이상없다"

입력
2009.06.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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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날씨가 이랬다. "시정(視程) 약 3마일…. 이 정도였겠어요." 함교에 선 안지영(해사 47기) 소령이 바다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다 나지막이 입을 뗀다. 꼭 10년 전인 1999년 6월 15일, 안 소령은 고속정(참수리 325) 정장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켰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긴박한 충돌ㆍ역충돌이 벌어지던 오전 9시28분, 북 경비정이 사격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이후 첫 정규전, 제1 연평해전이다.

적의 우선 목표였던 정장 안 소령은 방탄조끼 위로 4발, 목덜미 파편상을 입었다. 그래도 지휘를 계속해 적을 격파하고 승전으로 이끌었다. 북 1척 침몰, 5척 대파, 4척 중파, 최소 30명 사망, 70여명 부상. 아군 5척 일부 파손, 장병 9명 경미한 부상. 압도적인 승리였다.

"총원 전투배치." 비상 경보음과 함께 울려퍼진 명령이 그를 10년 전에서 다시 끌어온다. 시간은 흘렀어도 그 때 그 서해 바다다. 이 달 초 NLL 사수 임무를 받고 실전 배치된 최신예 유도탄고속함(PKG) '윤영하함'(440톤급)이 15일 공개 훈련을 했다. 안 소령은 이제 정장이 아닌 함장이다. 40여명의 승조원이 방탄 전투헬멧, 방독면 등을 착용하고 작전 위치를 잡는다. 함교도 바빠졌다. 침로 ○○○도, 속도 ○○노트…. 그 밖에도 알아듣기 힘든 명령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3차원 레이더와 첨단 영상표시장치들이 주변 선박과 함정, 항공기에 대한 데이터를 화면 가득 쏟아내고, 함정 앞뒤에 배치된 76㎜ 함포, 40㎜ 함포는 목표물을 쫓아 고개를 흔든다. 출력을 높이자 함정이 출렁이며 갑판 위로 바닷물이 쏟아진다. 꼭대기 함교 창까지 물보라가 날아들었다. 속도계는 최대 속력인 42.7노트(시속 약 77㎞)를 가리켰다. 해군 전투함 중 가장 빠르다. 북한 해군이 내세우는 제원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서해 바다에서 당할 자는 없다.

이렇게 달려 시간도 거스를 수는 없을까. 함명 '윤영하'를 새겨넣은 전투헬멧을 쓰고, 안 소령은 2002년으로 돌아간다. 6월 29일 제2 연평해전.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고, 참수리 357호는 6명의 소중한 목숨을 내줘야 했다. 357 정장이던 고 윤영하(해사 50기) 소령은 안 소령의 3년 후배였다. 안 소령은 잠시 바다를 떠나 국방대에 있다 비보와 마주했다. "분하고, 안타깝고 너무 마음이 아팠죠." 제2 연평해전은 북한이 99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한 성격이 다분했다. "복수라면 차라리 나와 우리 대원들(99년 참수리 325)과 붙었어야 하는 건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살아난 '윤영하'는 사거리 150㎞의 대함유도탄 '해성'도 싣고 있다. 북한군이 도발한다면 이날 훈련장소(NLL 남방 110㎞)에서도 즉각 타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시 붙어도 반드시 이깁니다."

훈련에 앞서 이날 오전 경기 평택시 2함대사령부에서 제1 연평해전 승전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장 앞쪽에 제1 연평해전 '승전비'가, 뒤쪽에 제2 연평해전 '전적비'가 자리잡고 있었다.

서해 윤영하함상=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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