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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전시회, 꿰어야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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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전시회, 꿰어야 보배!

입력
2009.06.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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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展示)산업'은 일종의 종합 예술이다. 단순히 산업 인프라만 갖춰서는 안 되며, 그 나라의 총체적인 문화적 파워가 뒷받침돼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이다. 정부가 전시산업을 신(新)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 향후 5년간 24조원을 투입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구난방식, 우후죽순식으로 전시회ㆍ박람회를 개최해서는 경쟁력을 갖기가 어렵다. 전시산업도 '뭉쳐야 산다'. 유사 전시회의 통합이나 공동 개최를 통해 부가가치를 키우는 게 필수적이다.

15일 한국전시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개최된 전시회는 총 409건. 전년의 354건보다 55건(15%)이나 증가했다. 이 중 생활ㆍ종합용품 전시회가 91건으로 전년보다 30건 늘어 전체 전시회의 22%를 점했다. 이어 건축ㆍ건설(51), 의료ㆍ정밀기기(35) 전시회도 전년보다 각각 11건, 9건이 늘었다.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김봉석 교수는 "국내 전시회는 유사하거나 중복된 경우가 많아 규모의 경제 실현에 한계가 있다"며 "지금처럼 비슷한 성격의 전시회가 분산 개최될 경우 해외 바이어 유치는 물론 업체들의 참가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런 추세라면 고양 킨텍스와 부산 벡스코 등의 확장 사업이 완료되는 2012년께 전시회 수가 급증해 국내 전시산업이 침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사 전시회를 합치거나 공동 개최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명암은 뚜렷하게 갈린다. KOTRA 관계자는 "2년 전 지방에서 열린 한 기계부품 전시회에서 주최 측이 부스를 다 채우지 못하자, 전시회 성격과 전혀 맞지 않는 선글라스 업체를 부스에 들어 앉히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이웃 지자체의 유사 전시회와 공동 개최를 거부하며 욕심을 부리다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는 전시회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반면 각자 열리던 전시회를 개최 시기와 장소를 맞춰 공동 개최한 경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제 조선 및 해양장비전, 국제해양방위산업전 등 따로 열리던 4개의 전시회에는 2003년 모두 836개의 업체가 참가했다. 하지만 2005년 '마린 위크'(Marine Week)라는 간판 아래 하나로 묶이면서 참가업체가 932개로 늘었다.

2007년에는 1,203개 업체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또 한국기계전, 금속산업전, 서울국제공구전 등 3개 전시회에는 2003년 355개사가 참가했지만, 2005년 '한국기계산업대전'으로 통합된 뒤에는 참가 업체 수가 524개로 급증했다.

합쳐야 할 것은 전시회 뿐만이 아니다. 흩어져 있는 전시ㆍ컨벤션산업 육성 기관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림국제대학원 컨벤션학과 황희곤 교수는 "현재 전시산업에는 청와대,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문화관광부, 기획재정부, 관광공사, KOTRA, 전시산업진흥회 등 너무 많은 기관이 연관돼 있다"며 "밥 짓는 사람은 없고 숟가락 든 사람만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표준산업분류에 따른 독자적인 산업코드 마련과 표준화 작업도 시급하다.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전시ㆍ컨벤션 산업은 현재 '비주거형건물임대업'과 '전시 및 행사대행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코엑스 배병관 사장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코드가 전시ㆍ컨벤션 산업에는 부여되지 않아 기획, 운영, 통계, 용어 등 각종 전시산업의 서비스 프로세스와 운영 시스템에 대한 표준화가 더디다"며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산업코드 부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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