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예멘에서 한국인 엄영선(34·여)씨 등 피랍자들이 살해돼 발견된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 사건을 저지른 단체와 세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AP통신 등 외신은 먼저 예멘에서 세 확산을 꾀하고 있는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지목했다.
AP통신은 "엘 나슈르 마을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는데, 이 마을은 알카에다 무장대원들의 은신처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또 "발견된 시신 일부의 경우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 크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이는 알카에다 조직이 피랍자 살해 사건에서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다.
로이터 통신은 피랍자들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이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카에다 최고 재무담당자로 알려진 한 남성이 예멘 정부에 체포된 지 하루 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중동 지역 안보 전문가인 파레스 빈 후잠은 피랍자 사망의 배후에 알 카에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알카에다는 현재 예멘 정부에 반감을 지닌 지역 부족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군이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예멘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멘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의 본거지이다. 미국은 "분리운동이 활발하고 교전이 잦은 예멘 남부 지역이 알카에다가 지휘하는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해왔다. 지난해 예멘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테러에 이어 3월 15일 고대 유적지인 시밤을 관광하던 한국인 관광객 4명이 폭탄테러로 숨진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하지만 예멘 반정부 조직에 혐의를 두는 시각도 많다. AFP통신은 "현지 보안 관리들은 현지에서 반정부 활동을 벌이는 후티 자이디 반군 그룹 등에 혐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압델 말락 알 후티가 주도하는 시아파 반군이 주도했다는 관측이다. 시아파 반군은 이번 납치가 일어난 사다에서 2004년 6월에도 정부군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 게다가 정부군에 잡혀 있는 동료 1,000여명이 8월 전투 종결 이후에도 석방되지 않아 정부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러나 반군은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관련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세력을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몇 년 전 시아파 반군과 예멘 정부군 간의 휴전 협상이 진행될 때 알카에다가 양측을 중재할 정도로 시아파 반군과 알카에다간의 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이다.
엄씨 등 사망한 피랍자들이 속한 봉사단체가 기독교계로 알려져 있어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른 이교도를 축출하고자 하는 종교적 동기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알카에다가 단독으로 이번 일을 저질렀다면 위축된 세력의 건재를 과시하는 등 여러 가지 노림수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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