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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21세기 문화코드로 바라보는 삼국유사'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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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21세기 문화코드로 바라보는 삼국유사' 세미나

입력
2009.06.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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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년 전, 대몽(代蒙) 항쟁기의 혼란 속에서 고려 승려 일연(1206∼1289)은 경북 군위군의 작은 사찰에 은거해 '삼국유사'를 쓴다. 개국조 단군과 수로부인, 만파식적 등의 반만년 설화가 이 책을 통해 오늘날까지 살아남는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억불숭유의 500년 조선 왕조 내내 철저한 외면을 받는다.

20세기 들어서야 한국 문화의 보물창고 지위를 갖게 되지만, 삼국유사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 삼국유사를 미래의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21세기 문화코드로 바라보는 삼국유사' 세미나가 군위군과 삼국유사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17일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다.

고운기 연세대 국학연구소 교수는 상호작용의 특징을 갖는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삼국유사의 콘텐츠에 접근한다. 고 교수는 "능숙한 이야기꾼으로서 일연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국유사는 불교적 목적 아래 씌어졌지만, 그 속의 이야기들은 그 경계를 넘어서 자생적으로 확대ㆍ변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해 들은 이야기 ▲본문 ▲일연의 의론(견해) ▲시 등으로 구성된 '노힐부득 달달박박'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서사문학은 지은이의 강력한 개성을 바탕으로 독립된 세계를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인데, 삼국유사는 디지털 시대의 장점인 상호작용의 공유 방식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문화'와 '콘텐츠' 사이의 적절한 긴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 교수는 "그동안 (전통)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에 편중됨으로써 오히려 부가가치 창출에 실패하는 아이러니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화콘텐츠가 뉴미디어와 결합해 그 영역을 넓히며 포식에 가까운 스토리텔링을 생성하고 있다. 이 포식을 좇아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생산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전통 설화를 세계적 문화콘텐츠로 재생산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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