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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정서경 '마더'의 박은교 두 女작가가 말하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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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의 정서경 '마더'의 박은교 두 女작가가 말하는 한국영화

입력
2009.06.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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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박쥐'의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과, 코미디 '7급 공무원'의 400만 관객 돌파는 충무로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났다는 한 징표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영화의 활력소는 여성들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여성 감독, 시나리오 작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참신한 소재와 연출력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미쓰 홍당무'(감독 이경미)와 '키친'(감독 홍지영), '우리 집에 왜 왔니'(감독 황수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감독 부지영) 등은 여성 감독들의 약진을 증명한다.

올 상반기 충무로에 가장 뜨거운 화제와 논쟁을 불러온 두 영화 '박쥐'와 '마더'의 시나리오도 여성들의 몫이었다. 작가 정서경(34)씨와 박은교(32)씨가 각각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을 만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작업 스타일과 한국영화의 현주소, 여성 영화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정서경= 박 감독이 내가 참가한 한 단편영화 공모에서 심사를 맡았다. 어느날 '친절한 금자씨'를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을 거쳐 지금까지 일해왔다.

박은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봉 감독 수업을 받았다. 종강 뒤 우연히 만났는데 내가 제출한 과제물을 언급하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해왔다. 이후 4년 동안 '마더'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연출부로도 일했다.

- 두 감독과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박= 봉 감독은 머리 속이 온통 영화로 가득차 있다. 출근하자 마자 "그 장면은 말이야" 이런다. 평소엔 차기작 준비를 위해 다른 영화나 공연을 보고 책을 읽느라 정신 없다. 현장에선 사소한 것이라도 스태프와 배우들을 이해시키려 하는데 그 능력이 참 남다르다.

정= 박 감독은 평소엔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다를 떨며 아이디어를 찾는다. 봉 감독과 마찬가지로 독서를 즐긴다. 촬영 준비가 정말 철저하다. 대사와 장면이 딱 맞아떨어지도록 콘티를 완벽하게 준비한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점도 장점이다.

- 두 영화에서 자신이 쓴 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정= 시나리오를 쓸 때 박 감독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박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강우(신하균)가 병원 침대에 누워 "엄마 (채널) 9번이 없어"라고 하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박= 봉 감독이 전혀 손을 안 댄 "너 부모님 안 계시니? 엄마 없어?"라는 김혜자씨 대사를 좋아한다. 도준(원빈) 엄마의 안도감과 상대방에 대한 우려 등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대사다.

- 소위 '센' 영화로 통하는 두 영화의 시나리오를 모두 여성이 써 흥미롭다.

정= 글쎄. 주변에서 희한하게 보는 사람이 없어 잘 모르겠다. '박쥐' 같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은 여자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섬세한 여자가 남자보다 잔인한 장면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니 이를 더 잘 묘사할 수 있다. 내가 박 감독과 워낙 생각하는 게 비슷하기도 하고….

박= '여자니까'라는 생각은 별로 안 해봤다. 봉 감독도 문득 "네가 여성 영화인이었구나" 그러더라. 하지만 '마더' 시나리오를 쓰며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보다 당연히 유리하다는 생각은 했다.

- 여성 감독과 작가가 그 동안 많지 않았다.

정=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 이유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여성의 사회 진출이 최근에야 활발해졌으니 영화분야에도 이제야 여성 감독과 작가들이 많이 나타나는 듯하다.

박= 여성 감독 밑에선 일을 못하겠다는 스태프와 연기자가 아직 있다고 들었다. 여자가 지휘하는 현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거다. 여성 제작자는 많아도 여성 감독과 작가가 적었던 이유 아닐까.

- 한국영화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박= 여성으로서 딱히 꼽을 문제점은 없다. 다만 시나리오에 대한 박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10억짜리 영화나 100억짜리 영화나 시나리오에 주는 돈이 별 차이가 없다. '작가는 씨받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저작권 등에 대한 권리도 없다.

정= 동감한다. 시나리오 작가의 권리나 대우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큰 문제다. 다음 작품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까 우려해서 작가들이 많은 고료를 오히려 꺼릴 정도로 환경이 참 열악하다.

● 정서경, 박은교는

정서경 "교양인이 되고 싶어" 철학과를 졸업할 즈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2007년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각본상을 받았다.

박은교 어려서부터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도 마다하지 않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지난해 '미쓰 홍당무'로 청룡영화상 각본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감독 데뷔를 준비 중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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