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선거가 보수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부정 선거 논란이 있지만 그런 시비 때문에 결과가 뒤집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좋든 싫든 선거는 끝났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승리했다.
선거 결과에 기뻐한 사람도 많겠지만 실망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실망으로 치면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먼저 꼽을 수 있겠다. 선거 과정에서 젊은이, 여성들의 뜨거운 개혁 욕구를 접했던 터라 그가 느끼는 실망과 좌절이 얼마나 클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리의 드러난 민심은 그를 향한 것이 많았으나 그것이 결과적으로 보수세력을 똘똘 뭉치게 했으니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서양 언론 또한 이번 선거 결과에서 큰 실망을 맛보았다. 서양 언론은 대선 초기만 해도 아마디네자드의 독주를 예상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무사비가 선전하는 것으로 보도했고 막판에는 역전 가능성을 전망했다. 단순한 선거 전망이 아니라 개혁파의 당선을 바라는 서양 사회의 기대감을 드러낸 때가 적지 않았다.
이란 대선 결과에 누구보다 좌절하고 실망할 또 한 사람,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이란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희망했다. 취임 연설에서 이란에 화해 메시지를 전했고 3월에는 이란 설날에 맞춰 적대관계의 청산과 새 출발을 제안했다.
4월에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담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에서는 의심과 불화의 순환을 끝내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이슬람에 제의했다. 일부 강경파가 그의 진의를 의심했지만 연설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친서방 세력이 레바논 총선에서 승리하는데 일조했다. 오바마가 그날 연설을 하면서 이란 대선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는 없을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아마디네자드는 자신을 밀어준 보수세력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미국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양국 관계의 복원 노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는다. 아마디네자드는 재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정책은 앞으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핵 문제에 대한 맞짱토론을 제안하는 등 벌써부터 그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는 선거 결과를 보고 이란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란의 반미 감정이 얼마나 단단한지 새삼 느꼈을 것이고 이란 외교 정책의 어려움을 절감했을 것이다.
이란과 달리 북한에게 오바마는 제안도, 호소도 하지 않았다. 이거다 싶은 대북정책을 제시한 게 없다. 이란과 이슬람을 향해 그가 기울인 노력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 미국으로서는 우선순위가 있을 테지만, 취임 5개월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해 북한은 로켓을 쏘고 핵실험을 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미국은 그런 북한을 꾸짖고 제재하면서 강경대결로 나아가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같은 이는 카이로대학 연설처럼 오바마가 이슬람에게 보여주었던 감동과 신뢰의 정치적 제스처를 북한에게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을 대하는데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꼬이고 꼬인 북한 문제 해법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오바마가 이슬람에게 보여준 그런 모습을 북한이라고 해서 보여주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좌절은 그 다음 아닐까.
박광희 국제부장 직대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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