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의료실비를 100% 지급해온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하 '민영의보')의 보장을 90% 정도로 축소할 방침이다. 작년에는 손해보험업계와 여론의 반발에 밀려 성사시키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이 달 안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말까지 바꿔가며 이 정책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민영의보 보장축소를 추진했을 때 내건 명분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악화를 막는다"는 것이었다.(본보 2008년 8월 18일자 참조) 의료실비를 100% 보장하면 소비자들이 더 자주 병원에 가게 돼 공(公)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지출도 급증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작년 건강보험공단이 2조원이 넘는 사상최대 흑자를 내면서 금융위의 말은 완전히 달라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100% 실손 상품은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보험료도 올라가 서민도 피해를 입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엔 건강보험공단 적자가 모두 민영의보 탓이라며 업계와 소비자를 밀어붙이더니, 이번엔 정책의 원래 취지가 도리어 업계와 소비자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헷갈릴 수밖에.
작년 금융위의 건강보험공단 걱정도 지나친 느낌이었지만, 올해 소비자와 업계에 대한 걱정은 도를 넘어 시장질서를 해칠까 우려된다. 물론 보험사의 건전성 감독은 당연 금융위의 몫이지만 보험상품의 구체적 보장범위까지 일일이 간섭할 일은 아니다. 상품선택의 자유를 빼앗는 정부를 두 손 들고 환영할 '서민'도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적어도 금융당국이 직접 공청회를 열어 납득할 만한 진짜 이유를 설명해주기 전까진 말이다.
경제부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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