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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고경영자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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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고경영자 과정

입력
2009.06.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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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부동산 개발사 대표 A씨. 자수성가한 그는 지난해와 올해 공부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 2곳의 최고경영자 과정(Advanced Management ProgramㆍAMP)에 다녔다.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던 정부 고위 인사, 대기업 CEO, 교수, 언론인 등의 강의를 들으며 A씨는 만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위 관료, 대기업 임원, 법조인, 언론인, 의사 등 평소 교류하기 힘든 인사들과 사귀게 된 것이 큰 소득이다. A씨는 앞으로 3, 4군데 이상의 AMP를 더 다닐 계획이다.

▦AMP는 인맥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단시간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학위 취득에 대한 부담 없이 질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교유하며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AMP의 장점이다. 코스당 400만~1,000만원의 학비가 들고, 평균 4개월 정도인 과정을 수료할 때쯤 수천만~수억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내기도 하지만 사회ㆍ경제적으로 성취를 이룬 수강생들로서는 아깝지 않은 비용이다. 그들에겐 '○○대 동문' '○○대 최고경영자 과정 동문'이라는 명예와 인연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100여 대학이 운영 중인 AMP의 수강생은 대략 연간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AMP는 대학이 개설과 운영에 정부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기금을 유치할 수 있고, 유력 인사들을 동문으로 만드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인문학, 부동산, 골프ㆍ레저, 스피치ㆍ협상, 건강 등으로 특화한 과정도 생겨났다. 그러나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AMP를 개설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 재학생 부모들에게 AMP 입학을 강권하는 것은 다반사다. 상투적인 강의 내용과 노골적인 기금 요구, 프로그램 및 수강생의 수준 하락으로 존폐의 기로에 선 곳도 많다.

▦AMP가 '상류층 사교 클럽'으로 인식되면서 수강생 대상 범죄가 늘고 있다. 사업가로 행세하며 AMP에 입학해 교분을 쌓은 뒤 수강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미인계와 마약까지 동원한 도박, 내기 골프 등이 대표적이지만 사업 투자 등을 가장한 사기도 횡행하고 있다. 최신 경영 지식과 트렌드를 배우며 인맥도 넓히려는 이들이 범죄 피해자가 되면 대학으로선 치명적이다. AMP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지원자 자격을 엄격하게 점검ㆍ관리하고 부실 AMP는 자진 폐쇄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대학들이 AMP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게 문제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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