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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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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입력
2009.06.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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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의 가지런한 이가 수박의 연한 속살을 파고들었네

마치 내 뺨의 한 부분이 그대의 이에 물린 듯하여

나는 잠시 눈을 감았네

밤은 얼마나 무르익어야 향기를 뿜어내는 것일까

어둠 속에서 잎사귀들 살랑거리는 소리 들으며

나는 잠자코 수박 씨앗을 발라내었네

입 속에서 수박의 살이 녹는 동안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길 잃은 바람 한 줄기 그대와 나 사이를 헤매다녔네

그대는 수박을 먹고 있었네

그대가 베어문 자리가 아프도록 너무 아름다워

나는 잠시 먼 하늘만 바라보았네

● 수박을 먹는 그대를 바라보면서 깊어가는 여름밤을 보내는 그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생애에서 몇 되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그대는 지금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대의 가지런한 이'가 '수박의 연한 속살'을 파고 들 때,

마치 '내 뺨의 한 부분이 그대 이에 물린 듯'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무치는 순간. 바람은 그대와 나 사이에 불고 수박을 베어 물면 물수록 달이 둥글어지는 이 밤, '아프도록 너무 아름다운' 이 밤.

이 시를 읽으며 나 역시 그런 풍경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어여쁜 그대와 잘 익은 수박, 차오르는 달 사이에서 생애는 젊어지고 아름다워지고 갑자기 서러워진다. 왜, 너무 좋으면 욱, 하는 그 무엇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밤은 그대가 수박을 먹고 있는 작은 축제의 밤이니 지긋이 그대를 바라보며 나도 수박을 먹어야겠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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