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납치된 비정부기구(NGO) 단원 엄모(34ㆍ여)씨의 소재가 피랍 3일이 지난 15일에도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어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예멘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국제의료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WS) 소속 엄씨와 외국인 8명은 12일 오후 4∼6시 예멘 사다 지역 인근 계곡에서 실종됐다.
경기 수원시 세류동 엄씨의 집에는 아버지(63)와 여동생(31)이 살고 있으며 어머니는 5년 전 작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부터 예멘 사다에 거주하면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던 엄씨는 한국인 의사들과 함께 병원일을 하거나 그들의 자녀를 맡아 '가정교사' 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엄씨는 최근 여동생과의 전화통화에서 "두 달 뒤인 8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엄씨가 봉사활동을 하던 사다 지역은 같은 단체 소속 한국인 의사 4명과 가족 등 모두 8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엄씨가 소속된 WS는 1972년 네덜란드 국적의 부부 의사 2명이 예멘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시초가 돼 89년 네덜란드에 NGO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주로 유럽인들로 구성된 이 단체에는 한국인 의사 4명과 엄씨 등 5명이 가입돼 있다.
현재 예멘에는 이 단체 소속 의사와 간호사 및 병원 유지보수 담당기술자 등 30여명이 사다 지역의 리퍼블리칸 병원과 인근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엄씨를 비롯해 WS 봉사자들이 일하는 리퍼블리칸 병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보건소 성격으로 환자를 거의 무료로 진료해 주고 있다.
예멘 봉사활동 이전에도 종교단체를 통해 해외봉사활동 경험이 있던 엄씨는 지난해 8월 사다에 온 뒤 네덜란드 WS본부에 정식가입 신청을 했고, 승인을 받음에 따라 소속 단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엄씨의 아버지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딸이 일주일 전 쯤 안부전화를 걸어왔다"며 "그땐 8월초에 귀국한다면서 목소리도 괜찮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으나, 오후 늦게부터 엄씨 사망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자 휴대폰 전원을 끈 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피했다. 엄씨 여동생도 외부 연락을 끊고 정부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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