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영화 속 간접광고)과 관련해 충무로에 전해지는 괴담 하나. '공공의 적' 시리즈에 PPL을 한 수입차 업체의 담당자가 영화 개봉 뒤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 연쇄살인범이 PPL로 등장하는 수입차를 운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풍문이지만 PPL이 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약이 되긴커녕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김씨표류기'에는 한 식품회사의 짜장라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강 밤섬에서 원시적인 표류 생활을 하던 김씨가 짜장라면 스프를 우연히 발견, 라면을 직접 해 먹겠다는 일념으로 옥수수를 재배해 면을 만드는 과정엔 주인공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배어있다. 영화를 보고 곧장 집으로 달려가 짜장라면을 끓여 먹었다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영화 속 짜장라면은 상표를 수 차례 노출시키며 주인공의 감정을 전하지만 '돈을 내고 출연'한, 정식 PPL이 아니었다. 72만 관객 동원에 그친 '김씨표류기'가 대박을 터트렸다면 손 안 대고 코 풀었을 해당 식품회사의 환호성이 화제가 됐을 만도 하다.
최근 PPL 중엔 24일 개봉하는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의 경우가 가장 눈에 띈다. 영화의 내용과 현실을 감안하면 너무나 역설적인 PPL이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2'에서 인류의 편에서 활약하는 로봇 군단 오토봇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GM 계열사의 각종 차량 모양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샘과 우정을 나누는 범블비는 시보레 카마로 모양이고, GM대우의 마티즈 후속 모델인 비트는 쌍둥이 로봇 중 하나인 스키즈로 출연한다(GM본사에서 시행한 PPL이니 "한국 자동차 산업의 쾌거"를 외치며 지나친 애국심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방만한 경영으로 몰락을 재촉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며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낸 GM의 자동차들이 무적 로봇으로 변신해 지구 구하기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GM이야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절호의 기회이지만, 영화제작사 입장에선 돌출 변수에 속이 끓을 일이다. PPL이 가져올 효과는 영화 흥행처럼 인간의 단견으론 간단히 점칠 수 없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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