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열린 개성공단 관련 2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금의 4배인 월 300달러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한 입주 기업들은 당혹감 속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회담 전 북한의 임금 인상 수준을 대부분 120~200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던 터라 큰 충격 속에서 공장 폐쇄나 중국 등 다른 곳으로 이전 등 앞으로 진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그러나 '월 300달러라는 액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북한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과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입장은 이날 밝히지 않았다.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교통비와 식대,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해 월 75달러 선으로, 베트남 현지 근로자의 인건비 80달러와 비슷하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이 아무리 높게 요구해도 최대 180~ 200달러를 넘지는 않을 것이며 이 액수도 추후 협상을 통해 100달러 선으로 낮추지 않을까 예상했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임금 '월 300달러'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등 개성공단 책임자들이 내린 결정이 아닐 것"이라며 "현지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받아 들일 수 있는 비용을 뻔히 알기에 그런 액수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현지 공장의 임금이 월 140~150달러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이 요구하는 토지사용료 등을 추가로 부담하면 개성공단에서 사업하는 이점은 사실상 없다"며 "사업성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8일 개성공단이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철수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난 터라 이날 협상 이후 추가 철수 기업들이 늘어날 지가 큰 관심거리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북한이 19일 추가 협의를 갖자고 한 만큼 '월 임금 300달러'는 앞으로 이어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 용'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최근 남북관계 등을 봤을 때 북한이 먼저 큰 액수를 제시하고 남한이 그에 걸맞는 명분을 내놓길 바라는 것 같다"며 "개성공단 합숙소 건설이나 도로 확충, 3통(통행ㆍ통관ㆍ통신) 문제 등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임금 수준을 크게 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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