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현대사는 민중이 빠진 역사예요. 역사 해석의 관점이 어디에 있든 정책 중심, 정치 엘리트 중심적 측면이 강했죠. 하지만 전 절대 다수의 사람들 이야기, 민중의 이야기로 한국 현대사를 채워넣고 싶었어요."
김영미(42ㆍ사진)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그들의 새마을운동> (푸른역사 발행)을 냈다. 새마을운동 하면 으레 떠오르는 박정희나 공화당 같은 명칭이, 이 책에서는 주어로 등장하는 일이 많지 않다. 대신 당시 청년이었던 70~ 80대의 평범한 노인들, 아미리라는 경기 이천시 부발읍의 한 마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 교수는 "역사의 대중화를 넘어선, 역사학 자체의 세속화"라고 자신의 작업을 설명했다. 그들의>
"역사가 조망하는 내용들이 구체적인 삶에 어떻게 접합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류학적 방법론을 동원해 구체적 경험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 거죠. 박사 논문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연구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농민들의 삶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새마을운동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김 교수는 "관(官) 주도의 것이나, 진보적 학계의 것이나 새마을운동의 의미를 기술한 기존의 역사는 모두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선구적인 농총 근대화 운동'도 '권위적ㆍ억압적 대중 동원'이라는 시각도 모두 단편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오류가 "계몽의 대상으로서든, 동원의 대상으로서든, 민중을 주체가 아닌 무기력한 객체로 파악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이 유신체제의 유지에 이용된 측면이 있지만, 박정희 정권은 농촌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근대화 에너지를 포착한 겁니다. 지금도 농촌 주민들은 '그때가 활기가 넘친 시절이었다'는 향수를 갖고 있어요. 그게 정권의 추진력과 맞물리면서 전국적인 운동이 된 거죠. 물론 문제도 많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투자, 예컨대 서구의 낙농선진국을 흉내내려 했던 것은 현재 농촌이 몰락한 원인이 됐죠."
김 교수는 대중이 감동을 느끼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사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감동은 현장의 민중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진행 중인 연구는 6ㆍ25전쟁으로, 하루아침에 국적이 뒤바뀐 강원도 수복지구 1세대들의 삶이 대상이다. 그는 "사회에 의미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역사를 연구하는 의미"라며 "보다 많은 역사가들이 저술 작업에 열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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