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신ㆍ이혜영 지음/소나무 발행ㆍ456쪽ㆍ1만6,000원
매혹적인 하늘색 빛깔로 반짝이는 발리의 바다, 숨만 깊게 들이켜도 심신이 정화되는 감동에 사로잡힐 것같은 히말라야 산맥, 기암괴석이 즐비한 장자지에(張家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수민족의 진기한 민속춤….
한국인들에게 해외여행이 일상의 권태로움을 극복하는 낭만적 판타지로 자리잡은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불과 연 50만명 남짓하던 해외관광객은 2007년 1,300만명을 넘어섰다. 관광으로 지출하는 비용만 세계 10위, 한국인은 세계관광시장의 주요 고객이다.
그러나 여행을 하며 이 낭만적 판타지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에 대해 한번쯤 눈을 돌려본 일이 있을까? 환경운동가 출신의 출판인 이영미(37)씨와 분쟁지역 전문 여행작가인 임영신(39)씨가 티베트, 인도, 네팔, 필리핀, 팔레스타인, 영국, 미국, 덴마크, 쿠바 등 각국을 여행하며 쓴 <희망을 여행하라> 는 해외여행이라는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여행객으로서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다 해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여행 이면의 진실을 파헤치고, 소비적 관광행태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희망을>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이런 것들이다. "그렇게 많은 여행객이 찾는데도 관광지의 주민들은 왜 여전히 가난할까?" "편안한 여행의 대가로 관광지의 생태환경은 어떤 피해를 입을까?"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하루 3,000~4,000원을 벌기위해 40~50㎏이나 되는 짐을 지고 태산준령을 넘는 네팔인 포터들, 식사도 거르며 하루 15~18개의 방을 치우면서 허리, 무릎 등에 만성 질환을 앓고있는 몰디브 호텔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들판을 다국적 관광자본에 빼앗긴 채 사파리 관광객들을 위한 쇼로 연명해가는 케냐 마사이족들의 모습이 아프게 들어온다.
진지한 성찰 끝에 저자들이 제안하는 것은 '공정여행'(Fair Travel)이다. 여행에 쓰는 돈이 다국적 관광기업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직접 전달되고, 숲과 사라져 가는 동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으며, 현지의 생활방식과 종교를 존중하고, 성매매를 하지 않으며,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청소부ㆍ짐꾼ㆍ식당종업원들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여행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내 돈을 내가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은 답한다. "우리의 여행은 자유다. 그러나 우리의 자유가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거나 약탈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저자들은 책 수익금을 분쟁지역의 도서관 건립기금, 동아시아 빈곤계층을 위한 기금 등으로 출연할 계획이다. 공정여행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평화여행ㆍ평화교육ㆍ평화행동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네트워크인 이매진피스 홈페이지(www.imaginepeace.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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