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쌀 직불금 부당수령 공무원에 대해 줄줄이 경징계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조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직불금 부당수령 공직자에 대한 중징계 등 엄중 조치 방침을 표명하면서 지난달 중앙기관 508명, 지방자치단체 941명, 교육청 706명, 공공기관 297명 등 직불금 부당 수령 공직자 2,452명에 대한 징계를 각 기관에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징계권한을 가진 지자체들은 대부분 경징계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2005~2007년 쌀 직불금을 부당수령해 징계가 요구된 공무원 26명에 대해 전원 경징계 또는 불문 조치를 했다. 이들 중 2명은 1개월 감봉, 10명은 견책을 받았고 9명은 불문경고에 그쳤다. 나머지 5명은 불문 처리했다. 이 조치들은 모두 경징계에 해당하며 불문경고는 경징계 가운데서도 가장 약한 조치이다.
인천시는 인사위에 회부된 공무원 7명 중 1명은 감봉 2개월, 나머지 6명은 불문경고 처분했다. 충북도 역시 직원 8명에 대해 감봉과 견책의 경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그나마 나머지 자치단체에서는 감봉 조차도 찾을 수 없다. 충남도는 직불금 부당수령 공무원 23명 가운데 4명에 대해 견책 또는 훈계 조치를 내렸고, 나머지 19명은 인사위원회에 회부조차 하지 않았다. 대전시 역시 4명을 모두 견책 처분했다.
기초단체로 내려갈수록 징계 수위는 더 낮았다. 전남 나주시는 지난달 28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3명에 대해 모두 불문경고 조치했으며 곡성군은 불문경고 2명, 주의 3명, 담양군은 불문경고 1명, 훈계 3명으로 끝냈다.
지자체들은 이 같은 경징계 및 불문 처분이 자진신고, 직불금 반납, 가족의 직불금 수령 사실 미인지 등의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한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개별적인 사정을 살펴보면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불문경고도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남아 사실상 징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ㆍ광주ㆍ울산ㆍ대구시, 경북ㆍ경남도 등은 이 달 안에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중징계 입장을 내비친 곳은 한 곳도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무원 본인이 직접 수령하지도 않은 직불금에 대해 중징계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굳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농민들은 공공기관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했다.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농민에게 돌아갈 나랏돈을 가로챈 공무원들에게 경징계 처분을 하는 것은 농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충남 연기군의 농민 이기성(59)씨는 "불쌍한 농민을 상대로 도둑질한 공무원들을 형사처벌하지는 못할 망정 경고로 그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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