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결국 '사두사미'(蛇頭蛇尾)로 종료됐다. 검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등 현 여권 실세들에 대해서는 별 다른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고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했다. 여권 핵심인사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의 성과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천 회장의 로비는 집요하고도 강도 높게 이뤄졌다.
천 회장은 지난해 8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잘 마칠 수 있도록 형님이 책임지고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 청장을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 직후 한 모임에서 한 전 청장을 만나 "박연차는 내 동생 같은 사람이니 좀 도와달라"고 로비를 했다.
천 회장은 베이징 올림픽 때 박 전 회장으로부터 재차 부탁을 받고 일시 귀국, 한 전 청장에게 "세금은 얼마든지 낼 테니 검찰 고발만은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3개월 동안 천 회장은 수십 차례나 한 전 청장에게 전화로 청탁을 하는 등 집요하게 로비를 했다.
천 회장은 이와 함께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 등과 10여차례 '대책회의'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내가 한 청장을 만나 얘기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이 구속되자 박 전 회장측에 "나중에 조용해지면 사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사면 약속까지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이같이 구체적인 로비 정황 포착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초라했다. 검찰은 천 회장을 구속하지 못했고, 김 전 청장 등 다른 관련자들도 처벌하지 못했다.
검찰은 특히 천 회장으로부터 수십 차례나 로비를 받았고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으며 수사 개시 직전 돌연 해외로 출국해 의심을 샀던 한 전 청장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만으로 수사를 종료했다.
천 회장의 이 대통령 특별당비 30억원 대납 의혹, 2007년 대선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전 천 회장 지분 300만주 매각 대금의 향방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대선 자금 수사는 하지 않는다"는 게 의문에 대한 검찰의 답변이었다.
되려 의혹의 본류와는 거리가 있는 천 회장 계열사 탈세 수사를 진행해 여권 핵심인사로의 확산을 막으려는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통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도 미진하긴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들을 소환하지 않았다.
특히 이 의원의 경우 "그에게서 청탁 전화를 받은 사실도 없다"며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추 전 비서관 주장과 배치되는 해명을 했는데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민주당이 이 대통령과 천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되면서 당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속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의 검찰 태도를 감안할 때 중앙지검 수사도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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