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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네마-감각의 몽타주'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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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네마-감각의 몽타주' 展

입력
2009.06.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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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홀의 반짝이는 조명들이 깨진 채 바닥에 놓여있고, 천장과 벽에는 댄스 스텝을 밟는 발 모양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곳곳에 걸린 사진에서는 구두와 춤의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벽난로 아래쪽의 동영상 속에서는 식민지 경성의 모던보이, 모던걸들이 춤을 추고 있다.

구두디자이너 출신의 작가 '난다'가 댄스극단 단원들과 펼치는 퍼포먼스다. 그는 영화세트장으로 지어진 1920~30년대 경성의 거리와 근대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작가다.

대한제국 시절 주한 벨기에 영사관으로 지어져 2005년 미술관으로 바뀐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이라는 전시 공간과 묘하게 겹쳐지는 난다의 사진, 설치, 영상작업은 독특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곳에서는 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뒤섞고 조합해 새로운 대상과 환경을 창조해 내는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미술시네마-감각의 몽타주' 전이 열리고 있다. 따로 따로 촬영한 화면을 떼어붙여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을 만드는 영화 기법인 몽타주를 현대미술 속에서 발견한다는 뜻의 제목으로, 22팀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40여점을 모았다.

권여현씨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서양 명화들 속 주인공의 얼굴을 자신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사진으로 바꿔치기한 패러디 작업을 보여준다. 모로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속에서는 인물의 성별까지 바꿔 당당한 여자 오이디푸스의 몸에 남자 스핑크스가 애처롭게 매달리도록 했다.

민중미술가 신학철씨는 높이 4m의 거대한 캔버스에 한국 근대사의 장면들을 콜라주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 포스터, 군부 독재자의 모습 등 시대를 증언하는 사실적 묘사들이지만, 수없이 겹쳐진 이미지들은 새로운 구조물이 된다.

강영민씨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여러 가지 얼굴을 하나로 합쳐 확대하고, 다시 그것을 길게 잘라 블라인드처럼 만들었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부시의 이미지는 시스템 속에서 조작되고 재단되는 씁쓸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

오래된 영화 필름들을 잘라 붙인 김범수씨의 작품은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창문을 장식하고, 오재우씨는 담배나 음료수 등의 상표 문구들을 조합해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를 썼다.

전시기간 중 화, 목, 토요일에는 영화 '추격자'의 나흥진 감독, '미스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등이 연출한 단편 영화 12편이 상영된다. 8월 23일까지, 무료. (02)598-6247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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