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3개월 간 한국일보에 연재된 '별, 시를 만나다'를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가슴 따뜻해지는 시 해설을 선물했던 시인 김행숙(39ㆍ강남대 교수)씨가 이번에는 시인들의 인터뷰어가 됐다.
'김행숙이 만난 시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마주침의 발명> (케포이북스 발행)은 김씨가 또래인 강정, 황병승, 이원, 진은영씨 등 젊은 시인들부터 대선배인 이성복, 김명인, 박상순씨까지 10명의 시인을 만난 나눈 대화를 모은 책이다. 마주침의>
김씨는 인터뷰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유랑하는 마음이 먼 길을 떠나 타인의 마음과 마주치는 그곳'이라고 비유했다. 예민한 감각의 촉수와 열린 마음으로 자신들을 찾아온 김씨 앞에서 무장해제된 시인들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은 절망과 희망, 욕망과 이성의 꿈틀거림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황병승 시인은 자신의 시의 자양분을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의 영화"를 본 경험과 "미친듯이 즐겨읽은 소설책"이라고 털어놓고, 박형준 시인은 자신의 시의 비밀을 "한때 오후 3시, 4시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늦잠, 그리고 꿈"이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인들의 마음 속 비밀을 들여다본 김씨는 그들을 다시 정교한 시적 언어로 정의했다. 그에 의해 황병승 시인은 '세계를 반영하기보다는 세계를 만들어 내려는 열망과 열정이 강한 시인', 김명인 시인은 '자발적인 고독을 실천하는 시인', 이수명 시인은 '무지이거나 미지인 세계에 뛰어든 시인', 박형준 시인은 '기억으로 기억을 구원하고자 하는 시인'으로 호명된다.
김씨는 책에서 "세상의 어떤 모퉁이에서 시인들을 만나고 이 글들을 썼다. 그러는 동안 '창조적인 우정'에 대하여 숙고해볼 수 있었다. 우연한 마주침들이 내 삶의 반짝이는 모퉁이와 미래를 발명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썼다. <마주침의 발명> 은 김씨가 숙고한 '창조적 우정'이 10편의 매혹적인 작가론으로 거듭난 결실이다. 마주침의>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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