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스타킹, 번쩍이는 은발과 요란스러운 선글라스, 울긋불긋한 치장들…. 만화책에서 금방 빠져 나온 듯한 외모를 앞세워 미국 팝 시장의 새로운 디바로 떠오른 레이디 가가(Lady GaGa).
그가 올 초 흥겨운 일렉비트의 '저스트 댄스'(Just Dance)로 미 빌보드와 영국 UK싱글차트를 휩쓸 때만해도 우리 음악팬들은 크게 요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멋진 의상을 위해 음악을 만든다"고 말할 정도로 패션의 선두주자로 나서며 클럽무대의 인기를 등에 업기 시작한 가가는 후속곡 '포커 페이스'(Porker Face)를 내놓으면서 국내 팝시장에서도 정상으로 치고 올랐다.
'포커 페이스'는 4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방송된 팝송(81회) 1위에 올랐을 정도이다. 16일 한국을 방문해 2박3일간 머무는 레이디 가가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제 음악이 주는 흥겨움 때문이 아닐까요. 우울하거나 어두운 면은 전혀 없고 언제나 유쾌한 팝 문화를 노래로 전하죠. 그리고 뭐랄까, 젊음, 패션, 아트와 같은 주제를 음악에 담을 때 대중들은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가가의 국내 팬들은 좀 유별나다. 그와 비슷한 복장과 화장을 하고 함께 모이거나 거리를 걸을 정도이다. 한국에서의 이 같은 붐에 가가는 "즐거움이 모든 것의 이유"라고 말한다.
"맞아요. 제 복장과 머리띠를 한 여성들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어요. 굉장했죠. 한국 팬들과 제가 딱 맞아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음악과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점에서 제 쇼는 한국 팬들이 특이 좋아할 것 같아요."
마돈나를 비롯해 퀸, 마이클 잭슨 등 1980년대 스타들의 이미지가 강한 팝을 만들고 부르는 가가는 무대에선 행위예술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독특한 의상과 댄스를 선보인다. 속옷처럼 보이는 핫팬츠를 입고 나서는 요염한 무대도 단골메뉴이다.
뉴 키즈 온 더 블록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톱스타에게 곡을 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그가 굳이 음악보다 파격적인 외모 보이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음악 때문도 아니고, 새 앨범이 나왔기 때문도 아닙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항상 이렇게 살아왔어요. 나만의 예술이랄까. 매 순간, 숨을 쉬는 것도 전 퍼포먼스로 생각해요. 잠을 자는 것도 물론이죠. 이렇게 된 이유는 마돈나로부터 받은 영감이죠."
레이디 가가가 경험한 무대 중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물론 어디서나 가장 잊을 수 없는 건 팬들의 모습입니다. 최고의 무대야 말로 팬과의 시간이죠. 전 이 세상 어떤 뮤지션보다 팬을 더 아끼고 사랑한다고 자부해요. 팬미팅 때 몇 시간이고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는 데 지치지 않아요. 절대 거절은 없어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사진 제공 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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