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북한의 반발은 거셌다. 북한은 13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한지 15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를 필두로 고강도 위협책을 패키지로 발표했다. 외무성 성명은 북한의 대외 발표 형식 중 정부 성명 다음으로 격이 높다.
북한은 특히 그 동안 의혹 수준에 머물러왔던 '우라늄 농축 방식의 핵 개발'을 공식화, 사실상 핵무기 대량 생산의 신호탄을 올렸다. 북한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북한은 이미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했다고 봐야 한다. 또 북한이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자체 생산 및 성능 개선에 성공했다면 천연 우라늄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북한으로서는 거의 무제한의 핵물질 제조력을 얻게 된다.
이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때문에 북한 핵 개발 및 확산을 저지하려는 한미 등 주변국과의 초강경 대 초강경 대결이 격화할 개연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한반도 위기 지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북한은 또 실제로는 농축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선언만으로 미국을 경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계산에 넣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14일 북한의 HEU 관련 기술 보유 여부가 명확치 않다면서도 "그간 북한이 위협을 실행에 옮겨 온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해 북한 위협의 실재화를 경고했다. 외무성 성명 발표에 이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부전선 북한군 제7 보병사단 지휘부 시찰활동을 보도한 것에서도 북한의 의도가 읽혀진다. 북한은 일련의 수순에 따라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 핵 및 군사적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또 이미 확보한 사용후 핵 연료봉 8,000개를 모두 재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플루토늄 5~7㎏를 핵무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핵무기 1개가 추가되는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핵물질의 무기화를 공공연히 선언한 것은 그들의 목적이 미국과의 협상에 있다기 보다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선박 검색 시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것은 유엔 결의 1874호와 한국이 최근 정식 참여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무력화하고 도발 명분을 얻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남북간, 또는 북미간 대화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 속에서 당분간 북미 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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