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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보령 주민 110명 석면노출 폐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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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보령 주민 110명 석면노출 폐질환

입력
2009.06.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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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광산이 있던 충남 홍성과 보령 인근 주민 가운데 110명이 석면에 장기간 노출돼 폐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석면 광산이나 공장에 직접 근무하지 않고, 단지 인근에 거주한 민간인에게서 석면 질환 발병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12일 홍성과 보령에 있는 폐석면 광산 인근 5개 마을 주민 가운데 자진 신청한 215명을 상대로 석면 관련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실시한 결과, 110명이 이상 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110명 가운데 추가 조사에 응한 95명을 상대로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정밀 진단을 한 결과, 폐에 석면섬유가 쌓여 생기는 진폐증인 석면폐(가능성 50% 이상) 소견자가 55명으로 조사됐다. 흉막 일부가 두꺼워진 상태를 보이는 흉막반 소견자는 석면폐 소견자를 포함해 87명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민간인 피해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성ㆍ보령 지역 광산의 반경 1km 이내에 대해서만 이뤄진 조사에서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확인된 만큼, 정부 방침대로 전국의 모든 석면 광산 지역을 대상으로 보다 넓은 범위에 대한 실태파악이 이뤄질 경우 기하급수로 늘 것이라는 얘기다.

또 석면이 과거 건축자재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만큼 부주의로 장기간 석면에 노출된 도시 거주자에서도 관련 질병이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환경부는 석면광산에서 일한 경험과 발병의 연관성을 규명하려 했지만 광산 근무 경력이 석면폐와 흉막반 발병과 큰 연관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 석면 방직공장 인근 주민 19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일부 주민에게서 폐질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석면과의 연관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는 충남 석면 광산과 부산 석면 공장 반경 2㎞ 이내의 토양과 대기 중의 석면 농도 조사에서는 일부 지역의 토양과 대기 시료에서만 미량의 석면이 검출됐을 뿐 인근 지하수, 하천, 침출수 조사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석면 광산과 공장 인근 주민을 상대로 건강 영향 조사를 확대 시행하는 한편, 석면 광산의 단계적 복원 및 피해자 구제방안 등이 포함된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이달 말께 확정할 계획이다.

조철환 기자

■ 불안감에 마을 뒤숭숭/ "설마 했는데… 정부 빨리 대책 세워야"

"설마 하던 것이 사실로 확인됐으니 불안감이 크죠."

12일 주민 상당수가 석면 관련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충남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덕정마을은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조민(67) 이장은 "나는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안도하고 있다"며 "폐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온 사람들은 현재 증상이 없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에서 속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폐기종과 흉벽석회화, 폐섬유화 등이 진행돼 호흡곤란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정지열(66)씨는 "몸이 아프면 막연히 석면 때문이라고 의심했는데 검사결과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와 놀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덕정마을과 산 하나를 두고 이웃한 은하면 화복리 주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창훈(51)씨는 "산너머 광산에 다녔던 사람들 중 폐질환이 있던 노인분들은 대부분 돌아가셔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그렇지만 젊은 사람들도 건강을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주민들 건강조사 결과도 빨리 알려주지 않고 치료와 보상을 위한 특별법도 만든다는데 언제 될지 모른다"며 "주민들 불안감은 커지는데 정부가 너무 느슨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건강조사결과 발표가 마을 이미지를 손상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화복리 정갑운(67)씨는 "연초 석면광산 문제가 불거진 후 주민들이 농산물을 출하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증상이 심한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마을처럼 알려질까 우려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홍성=허택회 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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