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의 임창용(야쿠르트 스왈로스)이 평균자책점 '0'의 행진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가운데 미국에서도 '미스터 제로'의 경이로운 행보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메이저리그 최고 마무리로 손꼽히는 우완 트레버 호프만(42ㆍ밀워키 브루어스). 호프만은 지난해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정리해고' 굴욕을 딛고 올시즌 새 팀에서 보란 듯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12일(한국시간) 현재 성적은 승패 없이 15세이브(내셔널리그 공동 4위)에 평균자책점 0. 17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안타 7개에 볼넷은 1개를 내줬고 삼진은 15개를 솎아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0.47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어느날 날아온 문자 메시지 한 통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무려 16년을 뛰며 개인통산 역대 최다 세이브 등 세이브에 관한 한 대부분의 기록을 갈아치운 호프만. 하지만 그는 지난해 겨울 충격적인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케빈 타워스 단장 발 메시지는 "종전 제시 조건을 취소합니다"라는 한 줄이 전부였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 연봉 750만달러에서 약 절반이 잘려나간 400만달러를 2009시즌 연봉으로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철회를 결정했다. 사실상의 퇴출 통보. 구단주 존 무어스가 이혼 소송으로 벼랑에 몰리면서 대대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때문이었다.
호프만이 등판할 때마다 펫코파크(샌디에이고 홈구장)를 울리던 록그룹 AC/DC의 'Hells Bells(지옥의 종소리)'도 그의 쓸쓸한 퇴장과 함께 추억 속으로 묻혀야만 했다.
■ 다시 쓰는 전설, 600세이브를 향해
영원할 것 같던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벗은 호프만은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불혹을 넘겼음에도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프만은 지난해 5년 연속 40세이브 달성 실패와 함께 평균자책점이 3.77로 높았지만 30세이브를 쌓으며 체면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1월. 호프만은 계약기간 1년, 연봉 600만달러를 받고 밀워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늑골 부위 근육통 탓에 새 시즌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해야 했지만 지난 4월29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서 이적 후 첫 세이브를 올린 뒤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호프만은 1993년 4월30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한 이래 차차 마무리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까지 16시즌 중 무려 9차례나 40세이브를 넘긴 끝에 554세이브를 쌓았다.
올해 15세이브를 추가해 통산 성적은 56승66패569세이브 평균자책점 2.73. 개인통산 최다 세이브 2위인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ㆍ496세이브)와의 차이도 70세이브가 넘는다.
이미 명예의 전당 입성은 '예약'한 상황. 남은 건 600세이브를 채우는 일뿐이다. 직구 최고구속이 145㎞도 나오지 않지만 '전가의 보도' 체인지업이 여전히 위력적이라 시즌 내 달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가라앉는 체인지업은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샌디에이고 시절 전수 받기도 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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