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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테헤란… 이란혁명 후 최대인파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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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테헤란… 이란혁명 후 최대인파 거리로

입력
2009.06.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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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대 이란 대통령 선거의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박빙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보수파인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자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최대 인파가 거리로 뛰쳐나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도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란 내무장관의 공식발표를 인용, 12일 치러진 대선에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62.6%의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란 현직 대통령의 재선 무패 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개혁파 후보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투표율이 개혁진영에게 유리한 8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나 33.75%의 저조한 득표로 고배를 마셨다. 이란에선 그동안 개혁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보수 성향에 비해 현저히 낮아 투표율이 높을 경우 개혁파의 득표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에 따라 개혁파 지지 시민 3,000여명은 개표 결과 발표 직후 테헤란 시내 곳곳으로 쏟아져 나와 "독재자 타도", "무사비가 진정한 대통령"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시내 중심가에는 검은 연기 기둥들이 치솟고 샛길에는 텅 빈 버스가 불길에 휩싸인 채 방치돼 있으며, 일부 시위 군중은 곤봉과 최루탄으로 대응하는 경찰에게 돌과 병을 던지며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무사비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도로와 광장 일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위로 인한 인명피해와 구금자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란관영 IRNA통신은 개혁파 지도자 15명을 포함해 적어도 17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무사비 전 총리는 투표 종료 직후 "자체조사 결과 65%의 지지로 당선이 확실하다"고 밝혔고, 개표 결과 발표직후에는 "부정 행위가 개입됐다. 거짓과 독재 위에 세워진 정부에 저항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무사비는 자신의 강세지역인 타브리즈, 시라즈 등 주요 도시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어 많은 이들이 투표를 못했고, 일부 개표소에는 참관인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공정 개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사비는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격화되자 "심각한 선거 위반이 있었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대선 결과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논평을 하지 않고 있으나 선거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현지 언론보도에 주목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13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불법행위에 관한 보도를 포함해 전체적인 상황을 계속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외무부는 이란 대선에서 협박과 불법행위 등에 관한 보도가 나오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고, 영국 외무부는 투표 부정행위 주장에 대한 이란 당국의 책임있는 해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U도 선거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주장과 선거 결과 발표와 함께 시위가 발생한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대선은 자유롭고 건전한 선거였다"며 "전세계를 지배하는 억압된 체제에 타격을 가했다"고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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