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당국은 경제위기에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당국 수장인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여러 번 “소액서민대출 외에도 기존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해 ‘서민금융’의 중요성을 거듭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발표한 서민금융 대책을 돌아보면 거의 ‘방치’ 수준에 가깝다. 법 시행 50일째를 맞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 이 개정안은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이 이자를 적게 받는 대신 수수료를 많이 받는 편법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각종 수수료와 연체이자 등을 모두 합한 이자율이 연 49%를 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이다. 그러나 개정법이 시행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금융위는 이자에 포함되는 수수료를 어디까지로 규정할 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현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예전의 높은 이자를 그대로 부담하는 형편이다.
2009년도 사업을 개시한지 70일째를 맞은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는 어떤가. 가만 두면 금융기관의 잡수익으로 처리되는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받아 서민을 돕겠다고 해놓고,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전체 휴면예금ㆍ보험금 규모도 여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월 말까지 끝났어야 할 은행과 보험사의 올해분 휴면금 출연은 금융위의 방치 속에 아직도 마무리될 기미가 없다. (본보 10일자 참조)
이에 반해 집권당에서 밀고 있는 법안처리에는 사후관리까지 기민하고 철저한 모습이다. 금융위는 4월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국회에서 부결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부랴부랴 정부입법으로 바꿔, 법으로 정한 입법예고(20일 이상)도 거치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 제출해 결국 9일 통과시켰다.
이처럼 입으로만 서민을 위하고 실제로는 권력 모시기에 바쁜 금융위의 모습은 ‘공무원’보다는 ‘정치꾼’에 더 가깝게 여겨진다. 금융위에서 서민을 돌아보려는 노력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경제부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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