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적 쇄빙선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영토를 확장하게 됐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첫 국적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진수식을 마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12일 그간의 고충과 소감에 대해 담담히 밝혔다.
이 사장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국내 기술의 첫 쇄빙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하게 됐다"며 "쇄빙선 건조의 기술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쇄빙선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말처럼 첫 국적 쇄빙선의 건조 과정은 시행착오와 실험의 연속이었다. 이 사장은 "2007년 1월 계약 이후 1년 동안 상세설계를 실시하고도 건조과정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설계개선을 되풀이했다"며 "부품이나 장비 하나하나가 극저온 환경이나 충격에서 견뎌야 하고 또 어떤 물성변화가 일어날 지 몰라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선체 길이가 110m로 정해져 있는 등 기본 외형설계가 확정된 상태였지만 첫 국적 쇄빙선인 만큼 각계 각층에서 장비와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며 "이를 최대한 담아낼 수 있도록 공간을 최적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 놨다.
그는 국내 1, 2위 조선사를 제치고 한진중공업이 '아라온'호 건조계약을 수주한 배경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이미 시험조사선과 수로측량선, 케이블 십 등 특수선 건조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며 "세계 쇄빙선 건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 수주에 나선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년전 한진중공업이 첫 국적 쇄빙선 '아라온'호 건조에 들어갔다는 언론보도가 있자 전 세계 극지연구기관 등에서 큰 관심을 보였고 일부에서는 같은 규모의 쇄빙선을 건조해 줄 수 있느냐는 구체적 문의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주인이 없는 극지나 심해 등에서 국가 영향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을 갖춰야 하고 그에 따른 지원과 연구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내장 인테리어 작업을 진행중인 '아라온'호는 9월말께 발주처인 극지연구소에 인도돼 올 연말께 종합시운전을 위해 남극으로 출발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ㆍ탐사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