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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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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뜬다

입력
2009.06.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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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정사업본부는 요즘 거액자산을 위탁 운용할 증권사를 찾고 있다. 후보군에 대한 점수 매기기가 한창인데, 전에 없던 생소한 평가항목이 추가됐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숫자'에 따라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탓에 작은 차이가 당락을 좌우하는 마당이니 무시 못할 대목이다.

#2. 올해 초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다. IMF 이후 멸종되다시피 한 이들을 서로 확보하려다 보니 몸값도 올랐다. 모 증권사는 크레디트 기능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크레디트(Credit) 애널리스트'가 뜨고 있다. 명칭이 낯선 만큼 존재 자체도 희귀하다. 정확한 집계가 없을 뿐더러 업무영역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쉽지 않다.

본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둘로 나뉜다. 흔히 알려진 대로 기업가치 분석 및 종목추천 등을 담당하는 건 에퀴티(Eguity) 애널리스트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채권을 중심으로 기업 신용도(신용분석 업무)를 다룬다. 실적 등 분기마다 달라지는 가치에 비해 신용등급은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데다, 그간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주식에 몰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성과 필요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구조조정과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자금조달 이슈가 떠오르면서 외환위기 때 각광 받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보통 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발행 전 외부기관의 신용평가를 받는데, 신용등급(AAA(우량)~D(부실))에 따라 채권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이 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에 대한 재평가, 세부분석과 향후전망 예측 등을 담당한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같은 등급이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각 기업마다 다른 부분이 있다"며 "예컨대 원리금 상환능력 등 단기 변수로 변동이 심해지자 투자자들이 과거에 비해 신용등급 정보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했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기관투자자의 꼼꼼한 기업 신용 분석, 개인투자자의 채권매매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사실 채권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선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보편적이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경기가 불안할 때 가장 주목 받는다"며 "요즘 회사채에 자금이 쏠리면서 자연스레 신용분석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늘었고, 중도환매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에겐 안정적인 기업의 채권을 선별해줘야 하는 책임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5월 회사채 발행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49%나 증가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도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의 몸값을 올렸다. 증권사의 기업금융(IB)업무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개별기업에 대한 우수한 신용분석 역량이 요구되지만, 현재 증권사의 역할은 단순중개업무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채권 관련 직원이 중복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채 비중이 미국(70%이상)에 못 미치는 25%선이라 신용평가, 리스트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최석원 팀장은 "A신용등급 기업에 치중해 평가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존 기업분석처럼 개별 업종마다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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