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아지랑이가 꿈틀거리는 초여름. 겨울 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피드스케이팅 태극전사들은 어디서 무얼 할까? 개미가 겨울에 먹을 음식을 부지런히 모으듯 태릉선수촌에서 겨울을 대비해 체력을 쌓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가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12일 "여름에 쌓아둔 체력으로 겨울에 스케이트를 탄다"고 말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개막을 불과 245일 앞둔 터라 선수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특히 올림픽 메달을 위해 '마지막 도전'에 나선 맏형 이규혁(31)의 표정과 행동은 사뭇 남달랐다.
이규혁 등은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주 3회 쇼트트랙에서 스케이팅한다. 곡선 주로에서 속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생각해낸 특별 훈련. 400m 트랙이 아닌 쇼트트랙(111.12m)에서 뛰니 직선과 곡선이 쉴새 없이 나타난다. 김 감독은 "쇼트트랙 훈련을 통해 코너웍 기술과 순발력을 키운다"고 설명한다.
오후에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파워존 서키트 등 체력 훈련이 기다린다. 1시간 동안 달리기(16㎞)와 벤치프레스, 스쿼트 등을 번갈아 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입에선 단내가 난다. 200m를 28초 안팎으로 질주하는 인터벌 트레이닝과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자전거 훈련도 상상을 뛰어넘는 강도로 진행된다.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이강석(24)이 지난달 충수염(맹장) 수술을 받은 건 옥에 티다. 이강석은 "속 상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수술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수술 부위가 아물기만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규혁은 입을 꾹 다문 채 각종 훈련에서 1위를 독차지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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