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의 폐문(閉門) 상태가 계속되자 이제는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회는 열어 놓고 싸우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고언이 많다.
국회법 5조의2 2항은 '매 짝수월, 1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국회법을 어기며 2주일째 폐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개원 협상을 위해 12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열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14일 원내대표 회담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박연차 특검, 국정조사 등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개원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국회 개원에 전제조건을 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로가 상대방의 태도가 바뀌어야 국회를 열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거리정치 등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고 비난하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받아들여 일방 독주를 그만두고 국정 기조를 쇄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북핵 문제 등 국가적 난제가 국회에서 다뤄지지 못하고, 시급히 처리돼야 할 각종 민생법안은 표류한다. 7월 대량 실업 사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당장 머리를 맞대야 할 비정규직법을 비롯, 미등록 대부업자의 이자율을 낮추는 대부업법, 재래시장육성법, 등록금인상제한법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때문에 하루 속히 국회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거세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당연한 얘기지만 의회 내에서 모든 것을 풀어야 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 할 게 아니라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보여 줄 때"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민주당은 개원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한나라당은 집안 싸움을 하는 사이 난제가 쌓여 있는데도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팽개쳐 두고 있다"며 "이렇게 가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여야가 모두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회를 열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힘 있는 여당이 먼저 야당이 들어 올 수 있는 명분과 계기를 좀 제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국회는 야당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개적 장"이라며 "민주당이 내건 전제조건 등에 대해서는 일단 국회에 들어가서 주장하고 타협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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