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체험하지 않은 것을 한 줄도 쓰지 않은 시인이었습니다. 자기에게 가장 절실한 것만을 시로 썼고, 그것이 인간을 꿰뚫어보는 힘이었던 셈이지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시 전편이 국내 처음으로 완역됐다. <괴테 시 전집> (민음사 발행)을 낸 시인이자 독문학자인 번역자 전영애(58) 서울대 독문과 교수가 괴테 시 전편의 번역에 뛰어든 때는 1994년. 안삼환 당시 이화여대 교수, 임홍배 순천대 교수 등과 매주 '괴테독회'에 참석하며 번역을 시작해 완역까지 무려 15년이 걸린 노작이다. 괴테>
수록된 시는 모두 770편. 괴테가 7세 때 쓴 할아버지에 대한 문안시, 슈베르트의 가곡으로 유명한 '들장미', 팔순을 눈앞에 둔 1828년에 쓴 '떠오르는 보름달' 까지 괴테가 전 생애에 걸쳐 쓴 시를 아우르고 있다.
<괴테 시 전집> 은 이를 초기시, 질풍노도, 장년기 초기의 시, 고전주의 시기, 노년의 작품 등 시기별로 분류해 세계적 대문호의 시적 변천과정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괴테>
번역본만 784페이지에 달하는 만큼 사연도 각별하다. 전 교수는 "이런 책을 누가 읽을까? 내가 왜 이 작업을 해야 하나?" 하는 심각한 회의에도 자주 부딪혔다고 털어놓았다. 그럴 때마다 "이런 큰 책을 하나 가지고 있다면 우리도 문화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는 것.
시라는 것이 토씨 하나만 잘못 번역해도 전체가 훼손될 수 있기에 난관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16세기 뉘른베르크에 살았던 구두제화공이자 유명한 가인(歌人)이었던 한스 작스에 관한 인물시 '옛 목판화 한 점의 설명. 한스 작스의 시적 사명을 소개하며'를 번역할 때는 까다로운 중세 방언 때문에 번역이 잘 나아가지 않아 "한스 작스는 구두나 깁지 왜 노래까지 잘 불러서 이 고생을 시키나 하는 심술까지 절로 들었다"며 전 교수는 웃었다.
교정작업을 했던 마지막 3~4년 동안은 연구년에 국제학회 출장까지 겹쳐 독일 뮌헨과 브레멘, 영국 케임브리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세계 곳곳으로 무거운 교정지 뭉치를 들고 다닌, "고심(苦心)이 온 땅덩어리에 배어든" 시기였다고도 전 교수는 돌이켰다.
전 교수는 "괴테의 모든 대작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영감의 편린편린이 스며들어 있는 시들만 보아도 그의 삶과 문학 전체를 조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괴테의 시는 일반인들의 오해와 달리 너무나 소박하고 심경에 절절히 스며드는 작품들이 많다"고 일독을 권했다.
이 달 초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 괴테학회에 참가해 500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괴테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괴테 시 전집> 완간 소식을 알렸다는 전 교수는 "특히 독일학자들은 머나먼 나라에서 누군가 이처럼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일구고 돌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굉장히 감명받았다고 말했다"며 "점점 더 글이 왜소해지고 가볍게 여겨지는 이 시대에 이처럼 큰 인물의 시 세계를 접한다면 젊은 세대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괴테>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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