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경기하강 종언 발언을 계기로 '경기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팔랐던 경기 하강세가 일단 멈췄다는 이 총재의 분석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정말 '바닥'에 도달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 편차가 워낙 심해 가히 백가쟁명(百家爭鳴)이요, 사분오열(四分五裂)이라 할만 하다. 다수는 우리 경제가 완만하거나 꾸준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에 기울어 있는 게 사실이다. 'U'자형 회복이냐 'V'자형 급반등이냐가 문제일 뿐, 우리 경제가 점차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분기에 나타난 경기회복 징후는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결과일 뿐, 내수 주도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인 만큼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전망한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이 1,800~1,000선으로, 그 편차가 무려 800포인트나 벌어진 것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극단적인 시각차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이 있다면 향후 기업 실적과 소비 지표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가름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16일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5월 매출 동향'을 발표한다. 전달 매출이 3개월 만에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던 만큼, 5월 매출 동향은 경기 회복의 진전을 확인해주는 참고자료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 우리 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북핵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따른 북한의 초강경 대응으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진이 어디까지 미칠지 당분간 숨 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향방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녹색성장 분야의 협력증진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19일 남북 간 3차 실무회담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주요 변수이다.
기획재정부가 19일 발표 예정인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도 관심사다. 공기업 선진화에 심혈을 기울여온 정부가 이번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은 기관장에 대해 해임건의를 제출한다는 방침이어서 공기업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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