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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리스크 테이커' 하루 수백만弗 주무르는 일류 외환딜러…돈에 휘둘린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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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리스크 테이커' 하루 수백만弗 주무르는 일류 외환딜러…돈에 휘둘린 나날들

입력
2009.06.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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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히로토 지음ㆍ황영식 옮김/미래인 발행ㆍ496쪽ㆍ1만3,800원

"이건 게임 같은 거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돈의 흐름에 그물을 던져 교묘하게 그걸 잡아 올린다… 그러나 그 끝까지 갔을 때는 끝없이 진정한 리얼리티가 나타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돈이 아무것도 측정해주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진정한 자신을 마주했는지도 모른다."

세계 초일류 비즈니스 스쿨인 컬럼비아대 경영학대학원에서 MBA를 따고 월스트리트에 도전장을 내민 야심만만한 세 젊은이가 있다. 일확천금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동일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제각각이다. 일본의 시중은행을 다니다 뉴욕으로 와 벌어들인 돈의 액수로 자신의 가치를 재고 싶어하는 유학생 출신 겐지, 뮤지션을 꿈꾸지만 이를 용납하지 않는 보수적 집안에 복수하려는 유대계 청년 제이미, 현대 물리학의 해묵은 난제를 풀어줄 가속기를 마련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 중국계 로버트 양. 금융공학에 바탕을 둔 최첨단 전략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하다가 나락으로 미끄러지기도 하는 이들의 도전과 좌절, 재기의 과정이 치밀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긴박하게 그려진다.

세 명 모두 하룻밤에 수백만 달러를 주무르는 일류 외환딜러로 숨가쁘게 달려가지만, 치열한 외환전쟁의 격전을 치른 뒤 "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금술사가 되어 시장을 굴복시키려 했지만 결국 돈에 휘둘린 나날들"이라고 그 시절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겐지의 독백은 '돈이란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진지한 질문에 이른다.

앨런 그리스펀,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등 미 금융계의 거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세 명의 이야기와 교묘하게 맞물려 있는 점도 소설적 흥미를 돋운다. 도쿄특파원을 지내고 <맨눈으로 본 일본> 등을 쓴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번역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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