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히스 지음ㆍ노시내 옮김/마티 발행ㆍ395쪽ㆍ1만6,000원
우파들은 걸핏하면 말한다. 시장이 선이고, 경쟁이 답이라고. 복지는 기껏해야 도덕적 해이를 부를 뿐이라고. 반면 좌파들은 말한다. 경제적 불의는 정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임금이 낮으면 법으로 올려주고, 환경이 훼손되면 규제로 막으면 된다고.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자들을 위한 경제학> 은 우파와 좌파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경제학의 구호들이 실은 오류로 점철돼 있음을 야무진 입담으로 설파한 책이다. 저자 조지프 히스(42ㆍ사진)는 체 게바라를 소비자본주의의 패션 아이콘으로 '전락'시킨 반문화를 비판한 책 <혁명을 팝니다> 로 유명해진 캐나다 토론토대 철학과 교수. 이 신세대 좌파 철학자가 이번엔 엉터리 논리로 시장과 자본을 예찬하는 "자본주의의 나팔수"와, 경제학의 기초 상식도 없이 반대만 일삼는 "자본주의의 적"들에게 번갈아 지적인 이단옆차기를 날린다. 혁명을> 자본주의를>
책은 우파와 좌파가 저지르는 경제적 오류를 두 부분에 나눠 담았다.
먼저 우파의 오류. 시장은 저 알아서 잘 작동하므로 국가는 좀 빠져 있으라는 그들의 주장은 시장경제 작동의 선행조건인 재산권 체계나 거래 질서 유지 같은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게 국가임을 외면한 처사다. 저자는 파산보호나 유한책임 같은 자본가들을 위한 '국가 개입'은 어떤 우파도 비판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작은 정부' 요구는 부자들에게 득이 되는 정부 프로그램은 놔두고 다른 건 전부 없애라는 요구"와 같다고 말한다.
세금은 정부에 뺏기는 돈이 아니라 본인의 소비를 국가로 하여금 대신하게 하는 일종의 '공동구매'라며 우파들의 세금 혐오에도 일침을 가한다. 일정 금액을 내면 모든 운동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헬스클럽의 회원권처럼 세금도 공공재를 공동구매하고 사용하는 데 지불하는 요금이라는 것. 우파가 주장하는 공공부조로 인한 도덕적 해이는 "광범위한 위험 분산 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반적인 효율 증가에 비하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사소한 부작용이다.
좌파라고 저자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공정무역은 호응자들의 착한 마음씨에도 불구하고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을 불러왔다. 커피농장의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무서운 속도로 커피 생산량을 늘렸고,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선 커피를
바다에 처박는 방법밖엔 없다. 경제성장이 환경의 적이라는 좌파의 믿음도 환경친화적인 성장을 배제한 지나치게 단순화한 오류일 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뭔가. 저자는 당당히 말한다. "없다"고. 빠르고 간단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자본주의가 아무리 미워도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개선이 가능할지 궁리할 때 도움이 될 몇몇 지적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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