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삼남 정운(26)은 2001년 초까지 약 5년 동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박운'이라는 이름으로 현지 공립중학교를 다녔다고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운이 16세 때인 1999년 6월 찍은 학교 단체 사진과 함께 당시 행적을 소개하며 1996년 유학 초기 정운은 친형 정철(28)이 다니던 국제학교에 입학했지만 수개월 뒤 자퇴해 현지 공립학교로 옮겼다고 전했다. 전학 초기 초등학교에서 독일어 보충 수업을 받은 뒤 98년 8월 새 학기부터 7학년(중학 1학년)에 편입했고 9학년이던 2000년 말께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장남 정남(38)은 1980년부터 제네바에서, 정철은 1993~98년 베른에서 국제학교에 다녔다. 정남은 경비 문제로 1년 반만에 유학을 중단했고 정철은 경호를 맡은 동년배 북한 학생과 함께 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운은 재학 중 경호원 없이 집에서 학교까지 약 200m를 혼자 걸어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운과 함께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미국 프로농구(NBA) 팀 경기를 보고 오는 등 친하게 지낸 포르투갈 출신 조아오 미카엘로(25)씨는 정운이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고 집에는 농구 만화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정운이 자신에게 김정일의 아들이라고 말했으나 믿지 않자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담임이었던 시모네 쿤(32)씨는 "말수가 적은 아이였고 베일에 싸인 것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며 "점심시간에 교무실에 와서 내일 귀국한다고 말하고 다음 날부터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운이 귀국하고 수년 뒤 경찰에서 "김정일의 아들이었다"고 듣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당시 수학 교사였던 페타 부리(52) 교장은 "모든 것을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수학을 잘했고 영어나 독일어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운은 최근 스위스 현지 언론 등을 통해 베른 국제학교를 다니며 '박철'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철'은 정철의 이름이며 이는 한국 정보기관 등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김정운 사진은 그 동안 11살 때 찍은 것으로 알려진 사진만이 공개되어 있다. 이 사진이 정운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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