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피아니스트 파블로 징어, 스페인 클라리넷 연주자 호세 프랑크 바예스테르, 그리고 한국 첼리스트 송영훈. 세 남자가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 1921~1992)의 탱고음악으로 뭉쳤다.
'오리지널 탱고'라는 간판을 걸고, 14일 대구를 시작으로 21일 서울까지 5개 도시에서 피아졸라에게 바치는 연주회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첼리스트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송영훈의 탱고 프로젝트 중 하나다.
"우리가 어디서 만났냐구요? 감옥에서요."
파블로 징어의 농담에 송영훈은 "파블로는 우리의 보스"라며 셋이 모이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지난해 봄 호세와 함께 미국 연주여행을 하던 중 탱고 좋아하냐, 피아졸라 좋아하냐는 말이 나왔고 그게 두 시간 대화로 이어지면서 의기투합했죠. 순회공연 후 호세는 뉴욕의 파블로 집에 묵었는데, 제가 밤 10시에 와인 한 병 들고 찾아갔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공연 프로그램을 정하고 음반도 만들기로 했죠."
이번 공연은 피아졸라 밴드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라틴음악의 대가 파블로 징어, 2008년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으며 가장 촉망 받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떠오른 바예스테르가 합류해 탱고의 진수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아콩카구아' '아디오스 노니노' '아파시오나도 모음곡' 등 피아졸라의 걸작들과 '라 쿰파르시타' 등 다른 작곡가들의 탱고 메들리로 꾸미는 이번 무대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탱고 댄서 2명의 춤, '여인의 향기' 등 피아졸라 음악이 들어간 영화의 영상도 곁들인다.
송영훈은 15년 전 영국에서 활동할 때 라디오에서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를 듣고 탱고에 매혹됐다고 한다. 그는 2006년 일본 탱고밴드 '콰트로시엔시스'와 함께 음반 '탱고'를 낸 데 이어 2007, 2008년에도 여러 차례 탱고 무대를 펼쳤다.
피아졸라는 탱고에 재즈와 클래식의 요소를 결합한 '누에보 탱고'(Nuevo Tango, '새로운 탱고'의 뜻)로 탱고를 춤 반주음악 이상으로 끌어올린 작곡가다. 피아졸라의 탱고는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매혹시켜 기돈 크레머, 요요마, 바렌보임, 이매뉴얼 액스 등 거장들도 즐겨 연주하곤 한다.
파블로 징어는 "이번 공연은 탱고가 인기가 있으니까 상품화하려는 게 아니라 피아졸라를 사랑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그에게 바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탱고의 기원과 특징을 좀더 길게 설명해줬다.
"탱고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거의 동시에 생겨났어요. 모두 항구 도시죠. 팜파(초원지대)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가우초스(카우보이들), 1880~90년대 들어온 이탈리아 이민 노동자들, 아프리카 흑인노예의 후손들이 슬럼에 모여 살면서 아프리카, 유럽, 남미의 문화가 섞여 탱고가 나왔죠. 부두 노동자로 일하면서 거칠고 고단한 삶을 견뎌야 했던 그들의 애환이 깃든 음악인 만큼, 슬럼이나 사창가의 더럽고 거친 면을 모르면 탱고를 제대로 연주할 수 없어요."
작곡가이기도 한 그는 이번 공연의 편곡을 도맡았다.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의 3중주는 탱고 연주로는 매우 특이한 편성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 프로그램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는 이 편성으로는 세계 초연이고, '아콩카구아'는 본래 첼로와 클라리넷이 빠진 5중주곡이다.
송영훈은 "파블로의 뛰어난 편곡 덕분에 이번 공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바예스테르도 "원곡과 다른 편성의 연주에 청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공연 일정> 14일 오후 5시 대구 수성아트피아, 15일 오후 8시 부산문화회관, 17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20일 오후 5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1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문의 (02)2658-3546 공연>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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