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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STX유럽의 핀란드 투르크조선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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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STX유럽의 핀란드 투르크조선소 가보니

입력
2009.06.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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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쇳덩이가 과연 물에 떠다닐 수 있을까?' 부력의 원리를 안다고 해도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호화 유람선)인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Oasis Of The Seas)를 직접 보면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길이 360m, 폭 47m, 높이 74m. '하늘 위의 궁전'이라는 보잉 747기(길이 70m, 폭 19m)와는 비교가 안 되고, 처녀 운항 때 침몰한 '타이타닉'에 비해서도 5배(적재용량 기준)나 크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서쪽으로 울창한 산림을 지나 버스로 두 시간 넘게 달려간 곳에 위치한 인구 18만의 도시 투르크. 세계 최대 크루즈선을 만드는 조선소가 이런 곳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그맣고 한가하다. 투르크 조선소 규모도 144만㎡(43만6,000평)로, 웬만한 국내 대형 조선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투르크 조선소는 유럽을 대표하는 3대 조선소이자, 크루즈선 건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건조된 가장 큰 크루즈선 15척 중 10척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투르크 조선소가 '떠다니는 리조트'로 불리는 크루즈선 건조를 독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트 뢴버그 홍보 책임자는 "오랜 전통에서 쌓아온 뛰어난 기술력과 끊임없는 개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투르크 조선소의 역사는 17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소형 선박을 주로 만들다가 1970년부터 중형 크루즈선 제작에 뛰어들어 오늘날의 초대형 유람선 건조의 메카로 떠올랐다.

크루즈선은 단순한 선박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주 시험 운항을 시작한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의 경우 승객과 승무원 등 최대 9,400명을 태우고 2주일 동안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현재 선박 외형 제작은 모두 마무리한 가운데 내부 시설 마감작업이 한창이다.

배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바다 위의 호텔'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 2,700개의 객실과 3,1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식당, 축구장 크기의 공원(센트럴 파크), 소형 골프장과 수영장, 농구장, 암벽등반 시설, 아이스링크, 1,400석의 중앙공연장, 선미에 위치한 원형 극장, 스파, 인공 써핑 시설, 카페, 상점 등등. 이런 초호화 시설 탓인지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카리브 해로의 처녀 항해 티켓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특히 이 배에 처음 설치된 센트럴 파크는 크루즈선 설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의 크루즈선은 배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중앙 부분을 비워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계공학을 통해 이를 극복함으로써 중앙 부분에 길이 100m의 공간을 확보,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그대로 본뜬 공원을 만들 수 있었다.

일반 상선을 아무리 잘 만드는 조선소라도, '조선의 꽃'으로 불리는 크루즈선 건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초대형 선박의 설계 및 조립 능력은 물론, 고급 문화와 건축 기술까지 모든 게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크루즈선 제작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TX그룹은 올해 2월 투르크 조선소를 비롯해 6개국에 15개 조선소를 보유한 아커야즈(현 STX유럽) 지분 100%를 인수, 상선과 해양플랜트, 군함과 함께 조선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게 됐다. 신상호 STX유럽 대표는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는 최첨단 건조 기술이 집약된 크루즈 사업의 결정체"라며 "STX유럽의 크루즈선 건조 기술과 진해조선소의 생산 효율성을 접목함으로써 향후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르크(핀란드)=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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