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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2차 실무회담/ 北, 도저히 받지 못 할 요구… 존폐기로에 선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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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2차 실무회담/ 北, 도저히 받지 못 할 요구… 존폐기로에 선 개성공단

입력
2009.06.1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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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성공단 관련 2차 남북 실무회담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북한은 개성공단 계약 조건과 관련해 남한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했고,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변을 해 주지 않았다. 정부는 애써 북한의 요구에 담긴 메시지를 '앞으로 협상을 더 해보자'는 것으로 해석했지만, '우리 요구를 못 받겠으면 나가라'는 사실상의 폐쇄 통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그나마 3차 실무 회담 날짜(19일)를 받아 와 대화를 이어가게 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임금 300 달러, 토지임대료 5억달러 달라"

북한은 ▦근로자 임금 월 75~112달러에서 300달러로 인상 ▦연간 임금 인상률 최대 5%에서 10~20%로 상향 조정 ▦토지임대료 5억달러 추가 지불 ▦토지사용료 평당 5~10달러 지불 ▦세금 조정 등을 요구했다.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검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임금 300달러는 북한보다 기업 환경이 좋은 중국, 베트남(70~200달러)보다 훨씬 높은 액수다. 토지임대료의 경우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2004년 1차 사업부지 100만평을 50년 사용하는 조건으로 이미 1,600만 달러를 선불로 일괄 지급한 상태다.'더 내라'는 것 자체가 계약 위반이고, 액수도 기업들이 감당하기 불가능한 규모다.'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키로 하되, 그 책임을 남한에 돌리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근로자 숙소 건설과 출퇴근용 도로 확충, 노동 환경 개선 등을 제안하면서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은 회담에서 "더 토의를 하면 좋겠다. 일주일 뒤에 보자"고 추가 회담을 먼저 제안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11일 저녁 실무 회담 결과를 신속히 전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북한의 의도가 공단 폐쇄라고 단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이 어디에 더 방점을 찍고 있는지는 추가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것 같다. "회담에서 북한이 우리가 이행을 약속할 수 없는 6ㆍ15 공동선언을 언급했다는 것은 폐쇄 수순으로 가겠다는 의미"(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 "대화 모멘텀을 유지했다는 차원에선 의미가 있지만, 북한 요구 내용을 보면 낙관할 수도 없다"(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 등 전문가들의 시각에도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유씨, 별 탈 없이 개성에 있다?

정부는 회담전'유씨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으나, 성과는 초라했다. 남측 대표단은 '유씨 문제는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근황 확인, 접견 허용과 함께 조속한 석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접견을 불허한 채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만 했다. 남측이 "책임 있는 답변으로 보아도 되느냐"고 묻자 북한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남측은 "유씨가 개성에 있는 것으로 알겠다"며 북측을 떠 보았고, 북측은 "편리한 대로 해석하라"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탁 통일부 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는 브리핑에서 북측 발언을 긍정적 답변으로 판단한다면서 "우리는 유씨가 개성에서 별 탈 없이 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유씨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정부 당국자의 발언 치고는 다소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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