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KT 출범(6월 1일)을 계기로 새 판짜기에 돌입한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 요금 경쟁이 불붙었다. 경기 침체의 지속으로 일반 고객들이 가계 통신비 절감에 나서자, 수익성 극대화 차원에서 월평균 통화량이 많은 '알짜 고객' 잡기에 초점을 맞춘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는 것이다.
KT는 14일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쇼 무료 2000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기본료 9만7,000원에 2,000분까지 무료 통화가 가능, 휴대폰 이용이 많은 자영업자나 사업가들에 유리하다. 2,000분은 음성통화 표준 요금인 10초당 18원을 적용할 경우, 21만6,000원에 해당하는 통화 시간이다.
따라서 이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는 10만원이 안 되는 금액으로 20만원 이상의 통화를 이용하는 셈이다. KT는 '쇼 무료 2000' 요금제 가입 고객이 24개월 약정 할부 방식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경우 월 기본료(9만7,000원)에서 2만5,000원씩 2년 동안 최대 60만원까지 차감해 준다.
SK텔레콤도 이달 1일부터 초우량 고객들을 위한 요금제를 가동했다. 월 기본료 9만5,000원을 내면 음성통화만 1,500분을 사용하거나, 같은 월 기본료에 음성통화 1,000분과 문자 3,000건을 공짜로 쓸 수 있는 'T더블할인제'를 선보였다. 가입자가 24개월 약정 할인으로 이 요금제를 채택하면 기본료에서 매월 2만원씩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소비자가 정한 할부 기간만큼 단말기 지원금으로 매월 7,500원씩 추가로 지원 받는다.
앞서 LG텔레콤은 5월 초부터 일찌감치 충성도 높은 상위 계층을 타깃으로 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9만9,000원의 월 기본료에 25만원 상당의 음성통화(2,315분)를 무료 제공하는 'TOP 요금제'는 출시 한 달 만에 5,800여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만큼 큰 호응을 받고 있다. LG텔레콤은 가입 고객이 휴대폰을 새로 장만할 때 약정기간 동안 기본료에서 월 2만5,000원씩 깎아준다.
업계에선 이통 3사의 잇단 특화 요금제 출시에 대해 이달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공표한 단말기 불법 보조금 조사 착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조사 탓에 가입자 확보를 위한 이통사들의 마케팅 수단이 보조금 지급에서 신규 요금제 출시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시내 일부 이동통신업체 대리점의 단말기 보조금 불법 지급의 영향으로 휴대폰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조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방통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동통신사 간 가입자 이동이 줄어드는 등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당분간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오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자사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는 요금제 활용 마케팅이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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