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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머와 웃음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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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머와 웃음이 필요한 시대

입력
2009.06.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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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하루 평균 열 번, 한 번에 8.6초를 웃는다고 한다. 하루 '90초', 팔십 평생에 달랑 '30일' 만 웃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걱정 근심은 하루 3시간6분. 일평생 10년 이상 고민만 하다가 죽는 셈이다. 4~5세 아이들은 하루 300번 이상 웃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른보다 건강하고 어른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최근 유머 강의를 다녀보면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번도 웃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뭔 일인가 물어봤더니 방금 전 아내에게 문자를 받았단다. [우리 그만 헤어져] 웃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고민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유머 강의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자연스레 해결될지도 모른다. 강의 후 다시 문자가 올 수도 있다. [여보 미안해. 문자 잘못 보냈어. 딴 남자에게 보낼 건데…]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10분 후부터 망각이 이뤄져 1시간 후에는 50%, 하루 뒤에는 70%를 잊어버린다고 한다. 잊어버리는 게 결코 나쁜 건 아니다. 그런데 나쁜 기억을 자꾸 되살리는 놈이 있다. 바로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엔 상처를 후벼 파고 소금 뿌리고 사포로 문지르는 말이 너무 많다. 인사라고 던지는 말이 "자네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아." 아무 일 없던 사람도 갑자기 아파지기 시작한다. 개업 집에 가서도 "요즘 불경기라던데, 김밥집이 잘 될까? 하여튼 축하해." 그 말에 김밥천국이 김밥지옥 된다.

더욱 문제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막말을 한다. "지 에미 애비가 돌아가도 그 짓거리를 하겠느냐" "분향하기에 더욱 아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자살세 청산가리 등의 극단적 표현도 마다 않는다. 정부도 툭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할 것"이란다. 이건 소통이 아니라 호통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 정세영 씨가 고려대에 시험을 친 뒤 떨어질 것 같아 고민을 하니까 정 회장이 말했다. "야 이눔아, 나도 들어간 고대에 니가 왜 못 들어가니?" 형이 고대 건물 지을 때 막노동을 했다는 걸 아는 동생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웃으면 고민과 갈등이 날아간다는 옛말이 역시 맞다.

스트레스는 라틴어의 Strictus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팽팽한, 좁은'이라는 뜻이다. 사고의 틀이 팽팽하고 좁아지니까 막히는 거다. 이때 유머는 긴장을 풀어주고 좁은 길을 뻥 뚫어준다. 지도자란 서민들의 막힌 속을 뚫어줘야 한다. 호통만 치지 말고 소통이 되도록 웃음을 줘야 한다. 웃음이 있어야 웃겨야 효과도 좋다. 유머의 힘이다.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의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놓았더니 흘리던 소변의 80%가 줄었단다. 웃으면 손이 열리고, 머리가 열리고, 가슴이 열린다. 컨테이너 명박산성을 뻥 뚫어버린 건 거기 써 붙은 한 줄의 낙서였다. '물대포가 안전하면 청와대 비데로 써라'

"한국 경제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아직도 긴 터널의 중간쯤 와 있다." 지난 4월 무역투자진흥회에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답답하다. 지금도 어려운데 터널의 중간이라니. 지도자는 희망의 말을 해야 한다. 사막을 40년 동안 헤맨 유대인들이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가나안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모세는 말로 그 희망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백악관처럼 유머작가에게 물어봐라. "긴 터널의 중간쯤 와 있다. 그러나 터널은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앞선 나라가 될 것이다."

신상훈 방송작가 ·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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