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개성공단 관련 2차 남북 실무회담에서 '임금은 300달러로 (인상)하고, 토지임대료 5억달러로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은 왜 300달러와 5억달러를 불렀을까.
북한은 회담에서 인상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계산에 따라 그런 금액이 나온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북한이 요구한 금액 자체는 의미가 없다.
앞으로 협상을 300달러와 5억달러에서 시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300달러와 5억달러라는 숫자에 어떤 의도와 복선을 숨기고 있는가를 알아 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회담 직후엔 '남한이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액수를 요구해 개성공단을 스스로 닫게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추가 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의 뜻이 확인된 만큼 공단 폐쇄가 북한의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협상의 판을 크게 벌리고 보자는 북한의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임금을 중국 베트남 수준(70~200달러)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300달러를 호가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006년 금강산에서 인민군 3명이 남한 차량에 치여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금으로 100만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하고, 2001년엔 대북 경수로 사업에 투입된 근로자 임금(110달러)을 한꺼번에 6배나 인상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협상용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토지임대료로 5억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요구한 것은 잘 설명이 안 된다. 2004년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선불로 지급한 토지임대료는 1,600만달러다. 5억달러는 공교롭게도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ㆍ백두산 등 관광사업, 전기ㆍ통신사업 등 '7대 경협 사업권'을 독점하는 대가로 2000년 북한에 지급한 액수와 같다.
북한이 현대아산과 작별하고 다른 기업과 새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5억달러를 내고 북한에 들어갈 기업이 있겠느냐"고 했다.
북한의 억지 요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의 훈련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기업 채산성, 매출과 수익의 차이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왜 남한만 천문학적 이익을 보느냐. 이익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불만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1일 토지임대료로 5억달러를 요구하면서 '남한 토지 분양가격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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