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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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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

입력
2009.06.1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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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진보 논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써 "정치를 떠났다"고 썼다. 국민장 과정에선 추모객들이 "다음 세상에서는 정치하지 마시라"며 고인이 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식할 수 있기를 기구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든, 결과적으로든 정치를 떠난 것이 아닐 뿐더러 '정치인 노무현'이나'노무현 정치'가 과거형이 된 것 또한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고인은 마지막 온 힘을 다해, 하마터면 법망에 갇힐 뻔했던 자신을 정치의 영역에 되돌려 놓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법의 영역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가 파탄 나려 하자 생명을 던져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물론 정권의 검찰수사가 퇴로를 틀어막고 있는 암울한 위기로부터 가족과 측근들을 지켜내고도 싶었을 것이다. 법률가였던 노 전 대통령은 아마도 부엉이 바위에서의 최후 선택이 갖는 법적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법적 측면에서 가족들은 지켜졌고 민초들은 그 엄청났던 추모 열기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부활에 사후적으로 동의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추모 인파는 고인이 대선 또는 탄핵 때에나 가져봤음 직한 정치적 위세와 역동성의 단초를 만들어 냈다. 논리적,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과 그 가치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주의ㆍ주장으로서가 아니라 우리가 체득한 실체로서의 '노무현식 정치ㆍ인사ㆍ정책ㆍ통치스타일'등에 대한 재평가는 시류에 영합하는 정서에 의하기 보다는 보다 긴 안목의 역사에 맡겨져야 할 것이다.

정작 지금 이 시점에선 서거 정국을 통해 확인된 민심에 부응하도록 그야말로 진짜'정치'를 작동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그들의 본령인 '정치의 영역'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관한한 법의 영역에 미련을 갖는 것은 이제는 하등 소용없는 일이다. 정치는 현 정부로부터 민심이 떠났거나, 떠나가고 있는 현실을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국민들 마음 속에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반감, 두려움이 괴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심하게도 여권내 쇄신 논란을 보고 있자면 진정한 각성없는 시간끌기, 정파간 책임 떠넘기기, 이 와중에 정파적 이익만 챙기려는 권모술수, 속 들여다뵈는 꼼수 등이 난무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쇄신의 핵심은 이 대통령의 변화요, 국정기조의 대전환이자 인적쇄신 이다.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정치를 못하거나, 하지 않으려는 대통령'이 정치력 부재와 리더십 결여를 권력기관을 동원한 강퍅한 법치로, 기능적 경제 대통령론으로 메우려 하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한다며 장외투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은 과거 행태에 비추어보면 또 언제 돌연 계승을 나 몰라라 할지 모른다. 때문에'노무현 효과'선점을 위해 무턱대고 고인의 공(功)만을 거론하며 말만 앞세우는 것인지, 유훈에 의해 움직여갈 진짜 '노무현 당'을 지향하는 것인 지가 밝혀질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또 '정치보복 국정조사'와 '천신일 특검'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취지는 이해하나 그것이 혹여 노 전 대통령 유족을 다시 법의 영역에 불러내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태성 정치부 차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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