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기자 간담회 외에 블로거 간담회를 따로 열고, 제품을 먼저 써보게 하는 블로거 체험단을 모집한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에 배너 광고를 다는 블로그 광고 대행사까지 등장했다.
반면 많은 독자를 모으고 출판 계약 등으로 돈을 벌거나 자신의 생각을 세상과 공유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블로그의 95%가 사실상 버려지고 있다(7일 뉴욕타임스)는 외신 보도도 들려 온다.
블로그의 위력을 알기에 하나씩 만들어 보지만 누구나 영향력 있는 블로거가 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죽어 있는 블로그를 되살릴 수 있을까.
■ 콘텐츠의 범주를 과감히 정리할 것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블로그라는 새로운 미디어. 호기심에 이것저것 다양한 글과 사진을 올려 봤다. 직접 가 본 맛집, 최근에 본 연극ㆍ영화와 책, 마음에 드는 할리우드 스타의 패션까지. 그런데 이상하다. 콘텐츠의 범위와 양은 갈수록 방대해지고 있건만 어찌 된 일인지 내 블로그는 인기가 없다. 읽어 주는 이가 없으니 어느새 방치돼 '죽어 버린' 내 블로그.
문제는 지나치게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둔 데 있었다. 블로그로 개인 브랜드를 높인 프로블로거들은 콘텐츠의 주제를 한두 분야로 집중해 일관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가 선정한 파워블로그 '애플의 라벨뮤지엄'(blog.naver.com/creamhouse7)을 운영하는 김하영씨는 '콘텐츠의 틈새시장 조사'가 블로그 만들기의 첫 단계였다고 말한다.
"작년 봄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매달리기에 앞서 제가 집중할 분야를 찾기 위해 인기 콘텐츠들을 둘러봤어요. 소위 '와이프로거'로 불리는 주부들의 DIY 관련 블로그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비슷한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었죠.
남들은 안 하고 있으면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수첩이나 라벨 같은 문구 DIY 콘텐츠를 만들게 됐고 요즘은 블로그를 통해 기업의 제품 출시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잡학다식으로 여러 분야를 다룰 경우 전문성이 발휘되기 어렵고 독자들은 산만하게 느낀다. 특히 광고 수익을 노린다면 당신의 블로그는 광고 타깃 설정이 어려운 사이트로 남기 쉽다.
■ 주목적은 PR보다 정보 공유
자기 PR이라는 미명 아래 자랑하기 식의 글과 사진만 남겨서는 꾸준한 독자를 얻기 어렵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블로거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떠오르는 동시에 출판계에서도 끊임 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은 전문가적 식견을 자랑하기보다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이해가 쉬운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만큼 잘한다'는 뽐내기가 아닌 '평범한 내가 이 정도 했으니 당신도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우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블로그의 목적 역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소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퍼오기는 이제 그만
'정보 공유'라는 대의에 합당한 내용이라 해도 스스로 생산한 콘텐츠가 아닐 경우는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 태터앤미디어의 이성규 미디어팀장은 "직접 생산한 콘텐츠가 많은 블로그일수록 방문자 수가 높고 자연히 광고주들도 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는 "누군가의 글을 퍼 오거나 번역한 경우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경험, 취재가 담긴 오리지널 텍스트에 다른 글의 수십 배의 방문자가 몰린다"는 미국의 블로그사이트 고커닷컴(Gawker.com)의 운영자 닉 덴턴의 말을 인용하며 "블로그 차별화의 핵심은 자기 경험을 다른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쉽게 풀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장님ㆍ귀머거리 3년?
블로그 초심자가 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방문자 수에 연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 전문 블로그 디자인로그(www.designlog.org)의 운영자로 블로그 강연과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현욱씨는 "눈 앞의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2,3년이 지나도 스스로 후회하지 않을 블로그의 모습을 그려 본 후에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인기 상종가인 TV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관련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 당장의 방문자 수는 높일 수 있지만 자기 색깔은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철학과 열정을 갖춘 블로거가 살아 남는다는 얘기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일러스트 신동준기자 dj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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