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사태는 3개월 전만 해도 대한통운 광주지부와 이 지역 70여명 화물차주가 운임 30원 인상(개당 920원→950원)을 놓고 벌인 신경전에 불과했다.
당시 차주들은 "올 1월에 약속한 대로 인상하라"고 주장했고, 회사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고, 타지역(830~880원)보다 운임이 높아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차주들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박종태 지회장 주도로 운송거부에 들어갔고, 회사는 76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사태가 돌변한 것은 5월3일. 4월18일 광주집회에서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수배를 받게 된 박 지회장이 대전에서 자살한 것이다. 이후 화물연대 지도부가 전면에 등장해 '죽봉 시위' 논란까지 빚은 5월16일 대전 집회를 계기로 핵심 쟁점은 운임 인상이나 계약 해지자 복귀에서 화물연대의 실체 인정으로 급선회했다.
실제로 10일 밤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된 것도 바로 화물연대의 실체 인정 문제였다. 계약 해지자 복귀, 유가족 보상 등 다른 쟁점에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합의서 서명 날인의 주체를 회사측은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화물연대는 '화물연대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전면 운송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이 이처럼 화물연대 실체 인정에 집착하는 것은 특수고용 근로자의 노동권을 인정 받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근로자란 화물차주, 학습지 교사, 간병인, 골프장 캐디 등 회사원과 자영업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경우인데, 현재 노동법은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대한통운과 같은 거대 자본이 화물차주와 비슷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화물연대가 생기고 난 뒤"라며 "화물연대는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화물차주들을 위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경제적 약자인 특수고용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재계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하면, 국토해양부가 굳이 총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거부라고 맞서는 것도 화물연대를 노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이들이 경제적 약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이나 산재보험법 등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경우 노조 형식을 빌리지 않고, 자영업자 연합체 등 경제단체로 활동하면 된다는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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