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도쿄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는 최근 1,00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일본 최대 그룹 중 하나인 히타치(HITACHI) 조달총괄부서 책임자인 마사히코 기타무라씨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최근 상담회에서 한국이 우리가 원하는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상담 기업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겠다.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의 부품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히타치 그룹 IT부품 조달 설명회'에 참가한 뒤 돌아가 보낸 메일이었다. 부품 조달에 있어 자국제품 우선주의 정책을 고집하며 콧대를 세우던 일본이 한국 부품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은 의외라는 게 KOTRA 측의 설명이다. 히타치 그룹의 부품구매 방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도쿄KBC 한정현 센터장은 11일 "일본 기업이 불황 타개책으로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고, 그 대안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부품을 수입하겠다는 일본 기업의 조달 의뢰 건수가 지난달까지는 매주 4, 5건에 그쳤으나, 이달 들어 10여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부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1차적으로 '엔고'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하지만 싼 가격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국내 부품을 일본에 납품하는 한 상사 관계자는 "일본은 품질에 관한 한 타협을 하지 않는 나라"라며 "품질 본위의 일본 기업들을 만족시켰다는 것은 품질 수준도 그 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KOTRA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뭐가 있는지 한번 가보자'는 식으로 상담회에 참석하는 일이 없다"며 "발걸음을 했다는 것은 사전에 많은 조사를 했다는 뜻이고, 그만큼 우리 부품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히타치는 국내 상담회에 참가하기 전에 KOTRA로부터 넘겨 받은 한국 제품들을 자체 심사, 이를 통과한 기업과 상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회에 참여한 기업은 LG CNS, 삼성물산 등 국내 IT 부품소재 기업 22개사로 한정됐다.
특히 국내 기업과 e-book 구매 상담을 진행한 히타치 시스템 밸류사 관계자는 "바로 우리들이 찾던 제품"이라면서 그 다음날 개인일정을 포기하고 국내 기업의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반응도 좋았다. 다우기술의 지승용 부장은 "히타치 측에서 우리 기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일본 지사를 통해 후속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OTRA 관계자는 "한번 발걸음을 한 기업들은 대개 다음에는 범위를 좀 넓혀 다시 찾게 된다"며 "히타치가 본격 구매에 나설 경우 품질에선 일본에 치이고, 가격에서 중국에 치여 '샌드위치', '만년 2등'으로 불리던 한국 부품업계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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