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2020년까지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15%(1990년 대비 8%) 감축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발표했다. 교토(京都)의정서 시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을 협의할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회의에 내놓을 일본의 협상 카드다.
일본 정부는 당초 14% 감축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2005년 기준 14%를 감축하겠다는 미국이나, 13%를 제시하는 유럽연합(EU)과 차별을 두기 위해 아소 총리가 막판에 1%를 더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저탄소 혁명에서 세계를 선도"해 외교력을 과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세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이날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 실무회의에서 일본 대표가 이 내용을 소개했지만 박수는커녕 회의장만 썰렁하게 만들었다. 선진국은 1990년 대비 4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 대표는 "교토의정서 목표치(6%)에서 불과 2%포인트밖에 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럽을 넘어섰다"는 자화자찬에 유럽연합(EU) 대표는 "농담하지 마라. 다른 나라들이 찬성하면 EU는 30% 감축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교섭은 유엔의 조사 결과에 따라 '기온 상승을 2도로 억제'하기 위해 선진국 전체가 '1990년 대비 25~40% 감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교섭은 여전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각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은 10일까지 베이징(北京)에서 사흘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회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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