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채권 발행이 대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한수원의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외국 투자자가 구름처럼 몰릴 수 있었던 데에는 국제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수급의 균형이 깨진 절묘한 시기에 채권을 발행한 사연이 숨어있다.
한수원이 해외 채권을 발행키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2009년중 13억달러 이내에서 외부 자금 차입 및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결의했다. 이 때 주효했던 것이 바로 차입 시기와 조건을 김종신 사장에게 전적으로 위임한 것. 국제 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발빠르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당시 해외 시장의 상황은 악재 투성이였다. 1월12일 수출입은행이 발행한 20억달러 규모 채권의 금리는 무려 8.218%(미국채+6.77%포인트)나 됐다. 너무 높았다. 기다려야 했다.
한수원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중 드디어 때가 왔다. 4월16일 기업은행이 발행한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금리가 7.303%(미국채+5.56%포인트)로 정해진 것.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특히 5월들어 국제 채권 시장은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공급 공백이었다.
그러나 채권을 발행하기 직전 돌발 변수가 생겼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것. 한 발 늦은 것이 아닐까 우려하며 시장의 동향을 살폈다. 다행히 국제 금융 시장은 북한 핵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재무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6월2일 5억달러 규모(만기 5년 또는 10년)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해야 한다고 김 사장에게 보고했다. 바로 결재가 났고 이후 4일 홍콩, 5일 싱가포르, 8일 런던, 10일 뉴욕에서 투자설명회가 개최됐다. 전광석화였다. 설명회에서는 한수원이 다른 공기업과 달리 분기마다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호소력이 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두 330개 기관이 청약에 참가, 역대 국내 기관 발행채권 중에서는 최대 경쟁률인 16대1을 기록했다. 한수원은 재빨리 당초 계획을 수정, 규모를 10억달러로 확대했다. 액수를 늘리자 발행 금리는 더 낮아졌다. 5억달러 규모에 그쳤다면 금리는 ‘미국채+3.90%포인트’로 결정됐을 텐데 10억달러로 늘리면서 ‘미국채+3.625%포인트’로 더 유리하게 발행됐다. 결국 발행금리는 6.51%가 됐다. 대성공이었다.
한수원은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돼 원ㆍ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 상환 부담은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도 한수원의 타이밍이 얼마나 절묘했는 지 보여준다.
한수원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처음으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인데다 북핵 변수마저 생겨 걱정이 컸는데 결과를 보고는 사실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오히려 코리아 프리미엄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번에 마련된 자금은 신월성 및 신고리 원전 건설 등에 사용된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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