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에 MSN메신저 등 자사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해서 판매(끼워팔기)한 행위는 위법(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국내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임성근)는 11일 메신저 프로그램 개발업체 디지토닷컴과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쌘뷰텍 등이 MS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MS가 윈도미디어서비스와 MSN메신저를 윈도에 결합해 판매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한 위법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MS의 위법행위와 원고 회사들의 손해 사이에 인관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MS가 윈도에 MSN메신저를 결합해 판매한 2000년 8월 이후 메신저 시장점유율이 증가하였고 2001년 9월~2005년 3월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며 MS의 끼워팔기가 실질적인 점유율 증가로 이어져 메신저 시장의 경쟁이 제한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MS가 메신저를 결합 판매함으로써 MSN메신저 사용을 원하지 않는 구매자들의 잠재적 선택권을 제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MS의 끼워팔기는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디지토닷컴은 해외진출 실패와 벤처 거품 붕괴 때문에, 쌘뷰는 가격 경쟁력 등에서 밀려 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MS의 끼워팔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위법행위가 있다고 해서 바로 경쟁 사업자나 소비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며 피해자가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유럽연합(EU) 법원에서 미디어플레이어를 윈도에 끼워 판 MS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적은 있었지만, 메신저와 윈도미디어서비스의 끼워팔기가 인정된 것은 세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디지토닷컴은 MSN메신저 끼워팔기를, 쌘뷰텍은 윈도미디어서비스 끼워팔기를 문제 삼아 MS에 각각 300억원과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MS의 끼워팔기에 대해 과징금 324억9,000만원을 부과했고, MS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소송을 냈다가 선고 직전 취하한 적이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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