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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배우 이문식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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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배우 이문식이 사는 법

입력
2009.06.1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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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이문식을 만났을 때 일이다. 인사하며 씩 웃는데 앞니 하나가 없었다. 드라마 속 배역 성격이 잘 안 잡혀 치과에 가서 생니 하나를 뽑았단다. 드라마가 끝나면 인공 치아를 넣을 계획이란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연기를 위해서라도 어떻게 부모님이 주신 몸을 훼손하면서 까지 하는가.

내 흥분에 그가 답했다. 부모님은 몸도 주셨지만, 연기를 좋아하고 평생 연기하며 살 수 있는 열정도 주셨다. 온몸을 바쳐 연기에 몰입하는 것도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배역에 '목숨 바쳐' 몰입

그는 정말로 목숨을 바쳐 연기한다. 위험한 연기를 대역 없이 직접 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배역이 주어지면 그는 정말 목숨을 바쳐 몰입한다. 묵언 스님 역할을 할 때는 거의 한달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의 심정을 알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형사 역할을 할 때는 경찰서에서 살았다. 무력한 중년이 딸의 명예를 위해서 권투를 배워가는 이야기의 영화에서는 한 달 만에 거의 15kg살을 찌웠다 뺐다.

감정의 기억을 중심으로 하는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의 복잡한 이론이 그에게서는 간단히 정리된다. 그 배역을 살면 된다. 주로 코미디 연기를 많아 하는 그의 연기가 항상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연기 외의 그의 삶은 거의 특별한 게 없다. 촬영이 없을 때는 집이 있는 과천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집 뒤 관악산을 오르거나, 동네 주민들과 같이 운영하는 공동체 육아 터에 가서 마당을 쓸거나 책상을 고친다. 막걸리 집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거의 유일한 취미이다. 사람들이 그를 몰라보는 것은 너무나 평범하게, 아니 훨씬 더 남루하게 입고 다니는 그의 옷차림 때문이다. 그렇게 산을 많이 다녀도 그는 등산복이 없다. 여름엔 면바지와 런닝이고 겨울엔 스웨터에 솜바지다. 그래서 과천 사람들은 착한 사람 눈에만 이문식이 보인다고도 말한다.

그는 코미디 배우다. 코미디가 그에게 맞는 것은 천성적으로 약자이고 서민이기 때문이다. 사극을 많이 했지만 그의 배역은 한 번도 제대로 성이 붙은 이름이 없었다. 옛날에는 신분이 낮은 사람은 성이 없었다. 말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단다. 말을 탈만한 지위의 배역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범죄 영화를 해도 그의 배역은 주로 실수를 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괜한 호기를 부리다가 얻어맞는 역할이다. 형사로 나와도 범인에게 당하거나 어느 섬에 갇혀서 할머니들에게 시달린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선덕여왕> 에서의 배역도 이름은 성이 없는 '죽방'이고, 직업은 사기꾼이고 관군을 피하느라 끊임없이 뛰어 도망 다닌다. 드라마의 후반에는 궁에 들어가 선덕여왕의 호위무사로 드디어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말을 타고 다닐 거라고 하니 지켜 볼 일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체감하게 하는 사람으로 늘 이문식을 얘기한다. <공공의 적> 이라는 영화에서 '산수' 역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까지 그는 거의 20년 가까운 무명 생활을 거쳤다. 그건 무명 뿐만이 아닌 무수입, 무전망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를 버티게 한 것은 그것 이외의 다른 삶은 그의 인생에는 없다는 확신이었다.

직업에 몰두하면 전망 열려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공부 잘하던 똑똑한 장남이 연극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별말을 하지 않은 것도 한번 무엇인가를 좋아하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아들의 성격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직업은 전망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전망은 스스로 열리는 것이다.

육상효 인하대교수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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