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 논란의 와중에 새롭게 떠오른 화두인 '화합형 대표론'이 또다시 당내 갈등과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박희태 대표와 쇄신특위가 의견을 접근시켰던 화합형 대표론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 인사를 새 대표로 추대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카드는 친박계뿐 아니라 친이계 다수로부터 반발을 불러와 유실 위기에 처했다.
친박계 중진들은 10일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화합형 대표 추대론을 집중 성토했다. 친박계 이경재 의원은 "화합형 대표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마음을 털어 놓는 통합의 정신을 만든 뒤 화합이 있는 것이지 억지로 만든다고 화합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홍사덕 박종근 의원 등도 '쇄신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화합형 대표론을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화합형 대표론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선거인단 24만명이 선출하도록 돼 있는 대표를 추대 형식으로 뽑자는 것은 당헌파괴적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친박계는 화합형 대표론이 국정 쇄신의 초점을 흐리고 계파 갈등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결국 친박계의 당무 불참을 비판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친이계가 화합형 대표론을 뒷받침하는 상황도 아니다. 친이계의 안상수 원내대표와 공성진 최고위원 등은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화합형 대표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공 최고위원은 "당헌 당규에 따라 대표 경선을 하되 가급적 많은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화합형 대표론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하자 박 대표와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은 각각 자신들이 화합형 대표 추대론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이날 "나는 화합형 대표 추대론을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쇄신특위에서는 '추대'나 '화합형 대표'를 결정한 사실이 없다"며 "박 대표가 화합을 위해 직을 걸고 노력하겠다는 뜻은 화합 기반을 조성한 뒤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화합형 대표론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다. 민본21 소속 의원을 비롯한 쇄신파 일부와 친이계 일부에서만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해 국정동반자 선언의 실천을 다짐하는 극적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한 화합형 대표 카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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